이 멧골 봄이라는 게 아직 마루까지 올라왔다 안심하기는 이르나
화분들을 내놓는 건 괜찮겠다 한다.
학교 본관 복도에 있던 화분들을 현관 밖으로 꺼내다.
물도 흠뻑 주고.
기숙사 햇발동 안으로 들어와 있던 큰 화분들 역시 현관 쪽 데크로.
역시 물을 담뿍 주고.
지난해에는 5월에 과수들이 냉해를 입었다.
날씨를 잘 살피기로.
저녁 일곱 시에야 들일을 마친 이장님 부부가 달골 들리다.
마을방송 수신기를 달골에도 하나 설치하러.
이제야 이 공간도 마을에 편입되는 듯 느껴진.
차를 달이고 한 시간여 마을 소식을 듣다.
이 마을로 들어와 살려는 물꼬 바깥식구 하나 있다. 거처할 만한 곳을 여쭈었다.
빈집이 없는 건 아니나 내놓은 곳이 드문.
두어 곳은 외지인이 들어오며 당장 사두고 비싼 값을 부르고 있네.
그나마 있는 한 곳은 도저히 고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낡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한 댁은 대처 나가있는 자식네가 아주 비싼 값에 내놨다는데.
다행히 자식들이 진학상담을 하기도 하며 물꼬랑 교류가 잦은 댁이라.
살 형편은 아니고 거기라도 빌릴 수 있는가 내일 전화 넣어보기로.
요새 학교 터에 대한 향방을 두고 고민이 많은 때.
한밤 벗이자 물꼬의 바깥샘이 건너오다.
자정이 다 되는데 그제야들 시간이 맞춰져 머리 맞대다.
야삼경에 가마솥방에서 파전을 굽고 달걀찜을 하고.
물꼬가 오랫동안 써왔던 공간을 놓기는 그 시간의 축적이 아깝지 않으냐,
일단 충북도 교육청에 공간 쓰임에 대한 제안을 좀 해보자,
현재는 그 정도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일이 어떻게 흐를지 보고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