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계자 통신 2

조회 수 1632 추천 수 0 2013.08.02 10:33:10

 

어제(2013.8.1)는요...

 

계자 닷새째 날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우린 산에 갑니다,

다른 무얼 하지 않아도 산오름 그것만으로 충분한, 충분한 배움이기에.

 

학교에서 2km 마을길을 걸어 내려가

물한리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민주지산 들머리 주차장에 이르자 흐리던 하늘에서

가끔 말 한 마디 어렵게 붙이는 사람처럼 빗방울 몇 내렸습니다.

“가 보자!”

가다 아니 되면 돌아오면 될 일.

 

아침 9시를 넘기며 산에 들었고,

말짱해진 볕이었으나 계곡을 낀 그늘 많은 산길은 서늘도 하였습니다.

민주지산 꼭대기, 오른 자만이 볼 수 있는 풍광에 입이 벌어졌다가

부지런히 내려와 계곡에서 지치도록 놀았지요.

 

5시에 물한리를 떠나는 버스에 오를 참인데,

아, 산을 나오자 봇물 터지는 아이들 말처럼 참았던 하늘이 쏟아붓는 비는...

이 절묘한 물꼬의 날씨 앞에 우리는 하늘이 돕는 자들이 되어 의기양양해서는...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시커매진 세상에서

차도 길에서 깜빡이를 켜고 멈추고,

모든 사물이 숨이 막혀버렸으며,

전화도 불통...

 

그나저나 대해리 들머리 헐목에서 다시 걸어 들어와야는데,

비는 아직도 기세를 꺾지 않고...

물한리에서 나가던 버스는 시간에 맞춰 그 어디더라, 게까지 바로 가야 해서

일단 헐목에서 아이들이 내렸고,

그때 마을에 하루 세 차례 들어오는 버스가

대해리를 나와 헐목에서 아이들 태우고 학교에 부려준 뒤 되돌아 나갔습니다.

산마을에서나 있을 수 있는 풍경.

 

학교를 나가지 않고도 할 수 있고 하고픈 일 넘치고 넘치는데,

왜 우리는 굳이 하루를 다 들여 산을 올라갔던 걸까,

저녁, 숙제 검사가 있었지요.

아이들은 무어라고들 대답을 했을까요...

 

짐작하기 어렵지 않지만

그 큰 산을 훌러덩 넘은 아이들은

여전히 힘 팽팽하게 저녁과 밤 일정을 잇고 있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후원]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들 [13] 관리자 2009-06-27 37575
공지 긴 글 · 1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한울림, 2019) file 물꼬 2019-10-01 20361
공지 [긴 글]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옥영경/도서출판 공명, 2020) file 물꼬 2020-06-01 18379
공지 [펌] 산 속 교사, 히말라야 산군 가장 높은 곳을 오르다 image 물꼬 2020-06-08 17889
공지 [8.12] 신간 <다시 학교를 읽다>(한울림, 2021) 물꼬 2021-07-31 17737
공지 2020학년도부터 활동한 사진은... 물꼬 2022-04-13 17378
공지 물꼬 머물기(물꼬 stay)’와 ‘집중수행’을 가릅니다 물꼬 2022-04-14 17416
공지 2022 세종도서(옛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다시 학교를 읽다>(옥영경 / 한울림, 2021) 물꼬 2022-09-30 16374
공지 [12.27] 신간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한울림, 2022) 물꼬 2022-12-30 14583
공지 2024학년도 한해살이;학사일정 (2024.3 ~ 2025.2) 물꼬 2024-02-12 6684
292 청소년 계자를 끝내고 돌아갈 차편 때문에 물꼬 2013-12-28 1636
» 155 계자 통신 2 물꼬 2013-08-02 1632
290 [7.31~8.1] 2021 여름 청소년 계자 물꼬 2021-07-10 1632
289 [긴급공지] 글을 남기려는데 회원가입이 안 된다고... [1] 물꼬 2013-06-24 1632
288 [4.21~23] 4월 빈들모임 물꼬 2023-03-20 1630
287 2021 여름 계자 자원봉사 물꼬 2021-07-10 1628
286 [6.25~26] 2022 물꼬 연어의 날; Homecoming Day 물꼬 2022-05-08 1627
285 연어의 날 신청 마감합니다! 물꼬 2017-06-19 1627
284 [3.9] 2015학년도 ‘첫걸음 예(禮)’ 물꼬 2015-02-27 1626
283 2021 여름 청계 마감 물꼬 2021-07-25 1625
282 실타래학교는... 물꼬 2013-01-16 1625
281 [5.22~23] ‘물꼬 연어의 날’ 준비위 반짝모임 물꼬 2017-05-17 1624
280 169계자 통신 3 물꼬 2022-01-24 1623
279 2015학년도 겨울 사진 올라가 있습니다 물꼬 2016-01-14 1618
278 여름 계절 자유학교 자원봉사 모집 자유학교물꼬 2007-05-23 1618
277 [2/23~27] 실타래학교 1기 물꼬 2014-02-03 1617
276 2월 빈들모임 말인데요... 물꼬 2017-01-21 1616
275 [2016.12.24~25] 2016학년도 겨울 청소년 계자 file 물꼬 2016-11-04 1614
274 2007 여름, 계절 자유학교 자원봉사 모집 안내 자유학교물꼬 2007-05-19 1614
273 [3.13] 2017학년도 여는 날 ‘첫걸음 예(禮)’ 물꼬 2017-02-22 161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