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쉬어가는 비에다 해까지 나서
빨래는 거뜬히 말리겠거니 했더니 웬걸,
걷다보니 꿉꿉했다.
다시 건조대에 널어 방으로 들여 선풍기를 돌리다.
풀이 걸어갔다. 따라갔다.
한 발 앞이었는데 두 발 세 발 자꾸 간극이 커졌다.
뛰어갔다 여전히 멀었다.
그냥 앉아서 매기로 했다.
겨울에 놀 거니까
그때까지 앉아서 날마다 계속 매기로 한다.
그렇게 오늘은 오늘의 풀을 잡았다.
잔디 사이 자란 풀들을 잡았다.
숨바꼭질처럼 재밌지는 않았지만
잇새 낀 이물질처럼 뽑자 시원했다.
현철샘이 들어와 아침뜨락 잔디들에 비료를 좀 뿌리다.
특히 그늘이 많이 드리워져 힘을 못 쓰는 아고라 쪽.
나뭇가지를 잘라주는 게 먼저일 텐데
그 손은 오늘도 닿지 못하였네.
맨날 보고도 그걸 못하는 일이 흔하다.
톱이 잘 들지 않아서도 미룬 일.
손이 잡히는 정도의 굵기야 꺼끌거리는 톱으로도 그리 힘이 들지 않겠지만...
요새는 톱을 잘 갈아들 쓰지 않는다.
그런데 비닐하우스 창고에 녹슬거나 안 들어 쌓인 톱이 족히 열은 되겠다.
음... 안 해 본 일인데, 톱을 가는 것도 익혀야 될세...
해날은 해날로 좀 쉬어가자. 밀린 일은 늘 있다.
7월에는 어른의 학교 두세 건과 강연 한 건과 집안행사 하나,
그리고 많은 시간은 계자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챙길.
물론 풀과 풀과 풀 속에서 풀과 오래 싸우고 가끔 화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