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흙날. 흐림

조회 수 590 추천 수 0 2023.09.14 11:41:45


꽃이나 보자고 메밀을 심은 적이 있다.

달골 묵정밭을 고르고 난 뒤였더랬다.

거두지는 못했지만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을 보았다, 고 기억한다.

오백 평 가까이 되는 삼거리밭에 얼마쯤 무 배추를 놓고 막을 쳤다.

나머지까지 심을 것을 키우기는 여력이 안 되겠다.

꽃이라도 보자고 메밀을 뿌리기로 했다.

봄파종에는 여름메일(양절메일), 여름파종에는 가을메일인 대산메밀.

꽃만 보자면 봄에 가을메일을 뿌릴 수도.

결실은 안 돼도 개화는 되니까.

오늘 대산메일 씨앗을 놓다.

봄메밀은 늦서리를 피하고 4월 중순이나 말에 놓는다 했고,

가을은 7월 중순이나 말에 심는다는데, 늦게는 이 맘 때도 뿌린단다.

첫서리 오기 10~12주 심어야 안전하다지만.

수확 욕심을 놓더라도 나물을 먹을 수는 있지 않을까.

흩어 뿌렸는데,

에고, 농사로 짓는 것 아니어도, 백 평에 아무리 못 잡아도 1kg은 뿌려야겠더라.

겨우 2kg이 전부였다.

좀 더 들여야겠네.

콩은 새 먹이가 다 되었는데, 이것들은 새들로부터 지켜질 수 있을지.

 

햇발동 냉장고에도 먹지 않고 있던 천도가 있었고,

학교 냉장고에도 사람들이 들고 왔던 복숭이,

그리고 며칠 전 면소재지 어르신이 마지막 복숭아라고 준 것도 있었다.

저녁거리를 만들며 다른 불에 큰 냄비를 올린다.

복사잼을 만들기로 한다.

오늘은 좀 더 손쉽게 복숭아를 살짝 갈았다.

끓이는 시간을 줄이자고.

잼을 너무 굳히지 않기로. 빵에 발라 먹기 좋게.

일을 오래 하면 쉽게 하는 법을 알던데,

사는 일도 그리 되면 좋으련.

 

운동장에는 예취기가 열심히 돌아갔다.

풀을 벤 곳은 갈퀴로 긁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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