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밭 무·배추에 거름을 주고,
천천히 도배를 시작하다.
구두목골 작업실 C동 벽.
도배야 간단한 일. 청소하고 도배지 자르고 풀칠하고 붙이고.
하지만 일이란 게 그 앞과 뒤가 있지. 변수도 생기기 일쑤이고.
안에 있던 짐부터 밖으로 빼다.
지붕이 새는 컨테이너를 가져다 벽이며 새는 곳들 용접해서 막고,
벽을 긁어 페인트칠하고,
쿨럭거리는 바닥 드러내고 방수합판 깐 게 지난 6월 공사의 끝이었다.
작업실 기능으로는 아직 쓰지 못한 채
짐을 넣어두고만 있었던 상황.
쓸 수 있게 하려면 정리가 되어야지, 정리가 되려면 먼저 해야 할 작업들이 있었던.
이번에 할 도배와 장판이 그 하나라.
목공 수업(이 아니라 다른 수업이라도)도 할 수 있는 방을 생각했다.
장 하나는 둔 채(한 가운데 세워두고),
너른 책상 하나도 풀칠할 상으로 두고,
짐이 나온 자리로 작업대 세 개를 들였다.
벽과 천장을 닦았고, 창틀을 닦고, 벽의 못들을 뺐고,
모서리의 마감 쫄대들을 여며 박고, 천장의 형광등도 떼어내고, ...
창 하나 아래에 크게 구멍이 나 있다.
구멍 옆으로 석고보드로 막은 곳도 있었다.
어쩌나...
마침 합판 하나가 그곳을 거의 다 막을 수 있겠는 크기라.
석고보드를 떼어내고 한 번에 다 막으려는데,
조금 모자란다.
합판을 아래쪽으로 놓고 그 위쪽 50mm 정도로 다른 합판을 켜서 붙이자 했지.
직소로 잘라 덧대다. 맞춤하다.
일이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게 되었다. 고마워라.
도배의 시작은, 마침 도배지가 생겼던 거라.
아래 학교의 컨테이너 창고를 정리하다가 벽지 한 상자가 발견된.
물꼬 어디도 그 벽지 바른 데가 없으니 어딘가에서 들어와 있었던. 기억도 나지 않는.
언제 작업실에 바르리라 했고, 그게 오늘이 된 거다.
펼쳐보니 천장까지 바르기는 정신없을 무늬겠네.
잘 되었다 했다. 천장까지 바르기에는 힘이 부치겠더라니.
그제야 칙칙하던 천장이 멀쩡해 보이더라니까, 하하.
밀가루풀에다 지물용 본드 한 봉지를 합해 섞었다.
종이부터 자르기로 한다.
어라! 어째 일이 너무 척척이다 싶더니...
단위 차이 때문에.
목재를 다룰 때 mm를 주로 쓰는데, 포장된 도배지의 길이 cm를 제대로 읽지 못한.
천장까지 다 하고도 남을 것 같더니만 어째 모자라더란 말이지.
다행히 금세 알아차렸네.
치수는 언제나 두세 차례 확인해야!
위에서 아래까지 한 번에 붙일 부분들만 먼저 다 잘라놓고 풀칠을 시작하다.
“우리 어디 가서 도배 하자.”
도배 일을 하러 다니자는 말. 같이 일을 할 때마다 그런 말을 해왔다.
일찍이 우리는 영월 선달산 아래 내리계곡까지 들어가
오지 공간의 흙집에 도배를 해준 적도 있었고나.
2017년 5월이었더랬다.
몇 해 전에는 아파트 입주하는 집마다 청소를 하러 다 갈 뻔하였더라니까.
그는 어떻게 이렇게 야문 손을 가지게 된 걸까?
그렇게 길러졌을 손발과 마음을 짚어본다.
창문들 위아래며 길이가 다른 곳들 자르고 붙이고,
아직 비어 있는 곳이 몇 곳 있다만 오늘은 이제 그만.
자정에는 어째도 손을 떼겠다던 작업,
그리라도 마음을 먹었으니 01시에 들어올 수 있었더라.
내일은 도배 마저하고 장판 깔고 가구들을 들이려는데.
학교아저씨가 오후에 올라와 아침뜨락의 달못 둘레에 예취기를 돌리고,
기락샘은 사이집 마당을 잔디깎이로 돌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