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 8.해날. 흐림

조회 수 535 추천 수 0 2023.10.23 11:49:05


오늘은 또 다른 댁에서 어른의 학교.

마당이 좋은 한옥이었다.

저 잔디와 꽃밭을 가꾸자면 얼마나 손이 갔을라나,

주인의 삶을 엿보게 하는 마당이었다.

일찍이 한복을 지어 돈을 사고,

손으로 하는 일거리를 최근 10여 년 익혀오셨더라지.

슬슬 공방을 할까 준비하신다는데.

요리도 손맵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소문 자자했다.

저녁밥부터 그 댁에서 냈네.

어렵지 않게 해야 맛이 있더라구요.”

내가 너무 힘을 들이지 않고 해야,

혹은 지나치게 어려운 마음이 아니어야 음식 맛도 좋더란다.

, 그렇지.

손님 온다고 힘주어 정작 잘하던 음식도 맛을 놓치는 경우가 흔하지.

그런데 어렵지 않으려면 손에 익어야 하고,

손에 익자면 많이 해봐야지 않겠는지.

 

물꼬 안에서는 늘 밥을 하는 사람이지 받는 일이 드물다.

이번 학기에 몇 곳의 어른들로부터 밥상을 받는 일들이 있는데,

산 아래서 식당을 하시는 예순 지난 분도 있고, 홀로 사는 나이든 선배도 있고,

내 또래 소리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오늘은 수좌스님을 모시고 사는 예순 어른이 차려주시는 밥상이라.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을 살펴주고,

미리 먹고 싶은 걸 일러달라고도 하셨던.

밥상에는 북어국에다 고구마줄기무침과 궁채들깨볶음과 갓한 깻잎김치와 ...

 

 

어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소식.

수십 년간의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끝내고 말겠다는 의지라고들 한다.

예상이 어렵지 않았던 일이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만 물겠는가.

하마스(이슬람 저항운동이란 뜻이라고. 수니파 이슬람 단체 무슬림 형제단의 분파.)를 지지할 수는 없지만

저간의 사정을 생각하면 서방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태도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

오래 전에야 유대인이 살았지만 주인이 여럿 바뀌다 팔레스타인이 자리 잡았던 땅.

전 세계 흩어졌던 유대민족들이 자금을 모으고 서방의 지지를 얻어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공화국을 세운 게 1948.

버젓이 살고 있던 터에서 이스라엘로부터 내몰린 데다

요르단 서안과 가자지구로 분단된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장벽을 세우고, 땅굴 감지용 센서를 달고,

지중해와 맞닿은 바다도 막고 있다.

물 전기 식량 의약품도 이스라엘의 허가가 없으면 반입이 안 된다.

길이 41km, 너비 10km의 땅에 230만이 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

하마스가 지배하고 있는 가자지구는 그렇게 '천장 없는 감옥(open-air prison)'이 되었다.

중동의 화약고에 대한 관심이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뒷전에 밀린 지금,

세계에서 잊혀지지 않으려는 그들의 몸부림일 테다.

국제구호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인구의 절반이 가난하고, 80%가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곳.’

각 나라들이 제 이익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줄을 서게 되겠지만

적어도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이 전쟁에 대해 바른 눈을 가지고 해법에 기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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