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호두파이를 구웠고,
오후에는 숲에 답사를 다녀왔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있는 초등 대상 숲 안내 5일을 요청 받았는데,
지난주는 움직일 상황이 안 돼 이번 주 수업 둘만 하기로.
이 맘 때의 숲을 안다 하더라도
현장을 잘 알면 더 좋은 수업을 해낼 수 있을.
이미 구상하고 있던 수업안도 몇 있었는데,
그걸 진행하거나 현장을 보고 더 적절한 걸 생각해보거나.
내일과 모레는 큰 버스가 들어오는 지라
큰 도로에 버스를 세우고 숲 들머리까지 15분여 아이들이 이미 걸어야 한다 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이어 그곳 내부 사람이 나무가공을 시연하고 아이들이 체험하는 일정이 짧게 이어지는.
수업을 할 호흡대로 1시간을 걸으며 움직임을 그려보다.
활엽 참나무 여섯 종류는 숲에서 이야깃거리로 좋고,
나뭇잎들의 모양 역시 좋은 주제.
어디에서 걸음을 멈추고 어떤 걸 중심으로 말할지 가늠해보다.
갈무리 글을 쓸 시간까지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현장학습을 오는 학교에 연락해 진즉에 아이들 명단을 받아두었더랬다.
내일과 모레 각 26명, 25명이 한 반.
이름표를 만들었다.
이름표를 달고 온다면 그것을 쓰면 될 테고.
저녁이 내리는 숲에서 소리 연습을 하다
숲을 들어서던 이들에게 차를 달여 내놓고 나왔더라.
글월이 하나 닿았다.
그가 독감이 걸려 앓아누워있는 동안
쉬면서 <내 삶은 내가 살게...>(2019)를 읽었다 했다.
2,30대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독자였는데,
책속의 여러 문장 가운데 머릿속에 잔잔히 남았다는 문장들을 보내왔다.
아이들은 본 대로 들은 대로 한다,
성적순은 있을지라도 존재순은 없다,
내 일상을 내가 비하하지 않는 것도 자존감이다, 같은.
왜 그 글귀들에 눈이 더 많이 갔을까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둘러보게 되었더란다.
‘저도 샘과 연이 닿는 날을 고대해보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샘 말대로 내 삶은 내가 사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니까요.’
마음을 건드리는 책이었다니 고마웠고,
그것을 굳이 글로 보내주어서 더욱 고마웠다.
꼭 만나게 되었으면.
학교에서는 화단둘레 낙엽들을 치워내고,
옥상 낙엽들도 긁어내렸단다.
배추도 묶어주다. 사실 꼭 묶어주어야 하는 건 아닌데
알이 덜 찰 땐 그리라도 해두면 뭔가 더 찰 것도 같아서.
냉장고에 있던 올 마지막 송이버섯으로 애호박을 넣고 국을 끓인 저녁이었네.
은행알이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