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6.물날. 맑다가 저녁 비

조회 수 518 추천 수 0 2023.12.20 23:57:17


저녁이었다.

천둥과 함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름날 소나기 같았다.

날도 푹했다.

 

번호를 붙여 일을 몰아 읍내 찍고 돌아오는 날.

1번 농협부터. 학교 통장을 정리할 일 있어서.

조합원들에게 생일 케잌과 소고기를 준다. 작년에는 조합장님이 손수 배달을 왔던.

오늘은 나갈 일 있으니 직접 찾겠노라 했다.

2번 차량점검. 여름계자 겨울계자를 앞두면 하는.

차를 끌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여름엔 민주지산 산오름으로 물한계곡까지 차를 가지고 가고,

겨울엔 혹 아이들이 다쳐 병원으로 갈 수도 있으니.

이곳 기사들은 20년을 넘게 본 이들.

커가는 아이들 안부를 묻게 된다.

오늘 우리 차를 맡은 이는 52년 초등생을 둔 아비.

이 맘 때는 케잌이 여러 개 생겨요.”

아이들 갖다 주라 오늘 받은 케잌을 건네다.

그래도 안은 들여다보고. 그래야 잘 먹었노라는 인사도 건넬 수 있으니.

생크림 위에 샤인머스켓이 잔뜩 올라앉았더라.

3번은 차수리센터 사무실에서 처리하면 되었네. 자동차보험 갱신.

4번 면사무소. 모래주머니를 받아오다.

저희도 많이 없어서...”

모래주머니와 염화칼슘 가운데 선택하라기

효율은 염화칼슘이 좋은 줄 알지만 역시 조금이라도 환경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모래 다섯 주머니 실어와 달골 대문 앞에 부렸다.


면사무소 앞에 어쩌다(장날?) 보이는 포장마차 하나 있었다.

거기 면 부녀회 사람들 몇 어묵과 풀빵과 호떡을 먹다가

날 반가이 맞으며 사주시다.

그런 곳에 서서 이 골짝 사람들과 뭘 먹어본 게 처음이었다.

이곳에 깃든 지 서른 해가 다 돼 가는데.

마음이 참 좋더라.

(사람을)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아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 자라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갔다. 첫해다.

오늘은 생신문안이라고 깜짝 놀랄 큰돈을 보내왔다.

그걸 어찌 쓰나. 모든 부모들 마음이 그러할 거라.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간다.

마음 좋기를(우리가), 평화롭기를(세상이), 그저 바라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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