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겨울90일수행,
이어지는 173계자 기록이다.
아직 계자 가운데 있다.
닫는 날과 아이들 갈무리글을 옮겼다.
각 계자들은 몇 장면으로 더욱 선명해지고는 한다.
시작하며 유달리 추웠던 계자였다.
사나웠던 기온이 갈수록 풀려 다행했다.
아주 푹하고 맑은 가운데 아이들을 보내 고마웠다.
떠나기 전 아이들과 목청껏 부른 ‘신아외기소리’는 오래 우리 귓가를 맴돌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의 여파로 칼이 난무한 놀이가 있었고,
걱정 많은 어른(나다)은 전쟁에 아이들이 무감각해질까 걱정이었는데,
그래서 마지막 날 모든 일정을 놓고 ‘반짝 한데모임’을 했더랬다.
말을 꺼내기 시작했을 때, 나도 내가 명확하게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시작한 발언이었는데,
여덟 살 윤진이가 ‘알 것 같다’고 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만 대화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문제를 그 크기만큼 공유하지 못한다 해도
그 순간 상대를 헤아려보려 하고,
멈춰서 같이 생각해보는 것, 그런 게 ‘같이 사는’ 일일 것이다.
버블티로도 오래 기억될 계자였던 듯하다.
최선을 다하는 물꼬랄까.
이 깊은 멧골에서 어떻게든 아이들의 바람을 이뤄주고 싶은.
밖에서 빨대와 타피오카펄을 공수하고 홍차를 내리고 시럽과 우유를 챙겼던 시간,
그게 아이들을 향한 물꼬의 마음이었다.
돈으로야 무엇 하나 어려울 게 있으려나.
장갑을 잃어버린 예린이, 한 아이의 걱정을 해결해주는 과정 또한 그런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혼이 날까 걱정하며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아이에게
마지막까지 찾고 대체재를 꺼내고 꺼낸 장갑을 깁고, 집에 말도 넣어주겠노라 한 과정에서
아이는 환해졌더랬다.
물꼬는 공부 못지않게 몸을 쓰며 일하는 것도 큰 배움이라 여기는 곳.
이곳의 교사는 앞에서 가르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
보육과 교육이 함께 있는 곳.
물꼬는 어른들이 먼저 잘 사는 삶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나니.
애쓴 이름자를 깊이 고마워하며 다시 적어본다;
강휘령 문정환 김현진 안현진 이건호 이윤호 임채성 박윤실 박현철 신영철 옥영경
어느 때보다 편안한 흐름이었던 계자였다.(가장 큰 까닭이야 밥바라지 덕일!)
밖에 있어도 샘들이 일을 나눠 계자 준비를 차곡차곡 해왔더랬다.
하다샘이 명단을 정리하고 휘령샘이 여행자보험과 글집을 맡고,
그 글집을 안현진샘이 들고 오고,
희중샘이며 마을 형님들이며 부모님들이며 계자 먹을거리들을 들여주고, ...
어려운 시간을 쪼개 자신을 던진 휘령샘을 비롯한 품앗이샘들에 대한 찬사를
거듭 아니 할 수 없다!
갈무리 글을 옮기며 7학년 현준에게 덧붙인 글은 두고두고 아이들과 나누고픈 이야기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방학식을 못 끝내고 온 것이 매우 후회가 되었다’던 현준은
예비새끼일꾼으로서 일을 좀 하여 힘들었다 했다.
마음을 내서라기보다 시켜서 한 일에 가까웠기에 더욱.
새끼일꾼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한다.
하지만 장작놀이 하는 불가에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일었다고,
‘이번계자를 보내고 나니 마냥 아주 좋았다!라고는 못하겠지만 이정도면 꽤나 괜찮았고 특별하다면 아주 특별한 계자였던 것 같다.’
그의 갈무리 글 끝에 이리 달아놓았다.
“현준아, 나는 그대의 솔직함이 참 좋다. 고민하는, 생각하는 그대가 좋고, 의심과 의문이 있는 생각이 우리를 한 발 나아가게 한다 여김.
모든 가지 않은 길은 더 아름다운 길로 보이고는 하더라. 물론 그 길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도 다르지 않을
뜻이겠다.
안 간 길이 더 좋았다고 어찌 장담하누. 내가 간 길이 더 낫고, 내 떡이 더 클 수도 있음!
거의 손톱만큼(ㅋㅋ)도 남 생각 않던 그대가 ‘끄응’ 하고 일어나 빗자루를 들었듯 또 어떤 변화들이 우리에게 있지 않겠는지.
해볼 것! 재지 않고 자신을 한번 던져볼 것!
마음을 내서 기꺼이 해볼 때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꼭 경험해보기를 바람.”
목이 칼칼하다.
따갑고 가래가 생기고 기침.
독감인지 코로나인지까지는 모르겠고 목감기는 맞는 모양.
돌아간 이들은 괜찮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