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5.나무날. 맑음

조회 수 482 추천 수 0 2024.02.07 23:57:42


겨울90일수행 중.

변산자연휴양림에서 밤을 나고, 아침수행을 하다.

어제 동학모임에서 이틀 만행을 나섰더랬다.

우리끼리 동학 만행이라 부른다,

스님들이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닦는 온갖 수행을 그리 일컫듯.

어제는 군산 옥구농민항쟁이 중심이었고,

오늘은 변산 바닷가를 따라

격포항-채석강-적벽강-고사포-변산해변으로 이른 길.

변산반도의 수천만 년 자연이 만들어낸 바위 절벽을 끼고 걷다.

 

마침 오는 길에 오래 전 깊은 인연이 닿았던 분의 산소가 있어

꽃을 두고 오다.

눈이 발목까지 쌓인 길을 헤쳐 올랐더니

그 사이 여러 기의 무덤들이 채워져 있었다.

누군가 또 죽고, 누군가 또 태어났을 것이다.

어느 곳에서라도 죽은 이를 기릴 수 있으나

산소는 당신들의 집이라 마치 누구네 집을 찾아들듯 안부 여쭙고 나왔네.

 

진안에서 도를 닦고 있다는 한 분 댁에 들리다.

두어 해 전이었다던가, 동학모임 인연들이 지리산이며 한 바퀴 돌고 오던 길에

그곳에 들러 차를 얻어들 마셨다지.

연락을 하니 연결이 바로 되었고, 같이들 또 들어간.

인가가 먼 곳이 아니라 좋았고(저자거리 속 수행?),

집 곁에 천년 된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어

내 집 마당 나무 같아 깃들어 사니 좋겠더라.

산에서 약초를 캐 가공하여 돈을 산다고.

서로가 하는 수행에 대해 나누고

같이 밥 먹고 차를 마셨다.

좋으시냐 물으니 좋다 했다. 자유롭고 편하다고, 하고픈 대로 하고 산다고.

그럼 되었지.

그러자고들 돈도 벌고 뭔가 애도 쓰고 그러지 않는가.

 

밤에는 인연 하나 챙기다.

벗의 아이이고, 물꼬 계자 아이이고, 물꼬를 언덕으로 잠시 기댔던 아이,

엄마의 나라로 가서 자랐고, 대학을 가게 되었다.

한국의 서울대 같은 곳에 원서를 넣었고, 합격했다. 고마웠다.

대학을 가면 계자에 와서 손을 보태겠다는 아이였다.

물가가 싼 그곳이다. 등록금을 보태고 싶었다. 그저 한 귀퉁이 보탰다.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관계에 대해 하는 혹은 할 수 있는 최선 같은 거랄까.

내가 그럴 수 있을 때 그걸 받을 수 있는 그이니, 그의 복이라.

물꼬가 하는 작은 나눔 하나.

 

아이들이 자라고, 우리는 늙어가네.

기쁘다거나 슬프다거나 아쉽다거나 하는 감정이 아니라

꽃이 졌다 다시 피고 해도 졌다 다시 돋는 그런 자연이라.

하루를 모시고 빚어 보내고, 또 하루를 모시고 빚어 보낸다.

날마다 오늘을 산다. 내일도 오늘을 살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26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138
6525 5월 5일, 우리들의 어린이날 옥영경 2004-05-07 1873
6524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263
6523 물꼬에서 쓰는 동화 옥영경 2004-05-08 1486
6522 4월 12일-23일, 열 이틀의 행진 옥영경 2004-05-08 1658
6521 노트북컴퓨터 바뀌다 옥영경 2004-05-08 1626
6520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636
6519 물꼬의 어버이날, 5월 8일 옥영경 2004-05-12 1819
6518 밥알 모임, 5월 8-9일 옥영경 2004-05-12 1539
6517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499
6516 우리들의 일어샘 고가 스미코, 5월 12일 옥영경 2004-05-12 2724
6515 5월 13일 류기락샘 귀국 옥영경 2004-05-21 1828
6514 5월 15일 물꼬에 없는 스승의 날 옥영경 2004-05-21 1481
6513 5월 15일 부산 출장 옥영경 2004-05-21 2198
6512 5월 16일, 풍경소리 옥영경 2004-05-21 1683
6511 5월 12일, 물꼬 아이들의 가방 옥영경 2004-05-26 1704
6510 고기 또 먹던 한 날, 5월 16일 옥영경 2004-05-26 2106
6509 5월 17일, 배움방과 일 옥영경 2004-05-26 1681
6508 5월 17일, 물꼬 노래방에선 지금 옥영경 2004-05-26 1572
6507 5월 18일, 5.18과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60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