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 기숙사 앞마당에 자그만 계단등들이 여럿 있었다.

구멍 셋 뜷린 벽돌 위에 하나씩 두었는데

거친 바람이라도 불면 떨어졌다.

양면테이프가 붙어 있었으나

벽돌에 고정되기는 쉽지 않는 거라.

오늘은 실리콘으로 야물게 붙여놨다.

벽돌 뒷면으로 등을 두니 가운데 구멍으로 빛이 나온다.

발아래를 볼 수도 있는 기능이 첫째이겠지만 운치도 더한.

비가 그었을 때

삼거리밭의 마늘밭 이랑 풀을 매고,

품앗이하는 이웃 마을 한 댁의 일을 거들고,

코로나19를 건널 때부터 대면 상담보다 매일 상담이 늘어난

책상 앞 일을 처리하고,

메일과 문자에 응답.

이번 빈들은 일찌감치 마감되고,

뒤늦게도 여러 움직임이 있었다.

한 번을 더 꾸려야 할 만치 신청자가 넘친.

‘내일 **가 너무 가고 싶어하는데 신청을 못했다고 아쉬워 하네요.. 가능할까요???^^’

‘죄송…

이번에는 딱 열로 제한. 밥바라지의 어깨를 좀 보호하려는.

마감 뒤 아이들 대기자 여럿이었는데 모두 다른 기회에.’

응급실을 다녀왔다, 상황은 알아야겠다고.

영락없이 장 유착으로 수술을 할 수도 있다 하기.

주말을 견디고 다음 주 와서 하겠노라고 답까지 들고 갔는데

CT 결과는 다행히도 그럴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고마워라.

두 해 전 충수염 수술을 한 뒤로 장에 불편을 자주 겪는다.

먹는 것도 매우 조심하게 되는.

어제 아침 수행 중에 심각한 장 꼬임이 있었고,

맺힌 게 풀어지지 않아 아들이 연락해 놓은 병원 응급실을 향했다.

2시간 누웠다가

주말 지나 담당과 전문의를 만나기로 해두고 나왔다

빈들은 하고 누워도 누워야지.

김선우의 시집어디서였던가...

양파는 먹기 전이나 후나 양파고 감자는 감자고 미역은 미역인데
돼지를 먹고 소를 먹는데 우리는 고기를 먹는다고 말하지.
식재료가 되기 이전과 먹을 때의 이름이 다르다.
그러면서 양심의 가책을 지우고,
과정도 은폐한다.

우리는 그 경계에서 면책을 얻는 셈이다.

인간은, 가증스러운 그물들을 끊임없이 만들며 산다.

그렇게라도 살려 한다. 인간세의 눈물겨움.

그 가증스러움을 덜어 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 쪽에 서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