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새소리가 사람들을 깨웠다.

맨얼굴로 산골 아침들을 맞았다.

아침뜨락을 걷다.

거기 다녀간 사람들과 쌓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다시 새 이야기들을 쌓았다.

아고라의 말씀의 자리에서 내 말을 타인에게 건네는 시간도 잊지 않았다.

이맘때는 꽃잔디 철쭉 연산홍 금낭화 들이 좋다.

달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명상정원.
아침 밥상을 준비하는 동안 두멧길을 걸어 내려온 이들이

해건지기 둘째마당을 위해 수행방에 모였다.

대배 백배까지.

아침밥상을 물리고서야 물꼬  바퀴’.

사람들이 모이면 맨 먼저 하는 일이나

퍽 늦었던 어제였다.

처음 온 이는 그들대로, 왔던 이는 새로이

물꼬 공간을 돌면서 이 산골짝에서 물꼬가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하는지 엿보는 시간.

결국 물꼬에서 하는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일.

일수행’-색놀이.
도배와 벽화, 두 패로 나뉘었다.

벽화는 지난겨울부터 수인샘과 정환샘과 봄이 오면 하자고 도모했던 일이다.
삼거리집이 생기고, 거기 딸린 창고를 변신시켜주기로.

마을의 한가운데서 맨 먼저 사람들을 맞는 위치.

마을 주차장을 끼고 있는.

여러 해 빈집이었더랬다.

도배는 삼거리집 앞채와 뒤채 가운데 뒤채 부엌에.

마스크를 쓰고 도배지를 떼어내는 아이들, 도윤 지율 정인 수범 윤진은

사과껍질을 끊기지 않고 길게 벗기는 놀이처럼

누가 누가 큰 면을 떼어 내나...

, 왕건이다!”

무엇이나 놀이가 되는 아이들의 세계.

윤실샘과 아이들이 빠져나간 도배 현장에서

하다샘 기락샘 학교아저씨가 벽지를 바르고 있었다.

방충을 위해서도 풀에 본드를 좀 섞었는데,

, 풀을 발라 미리 접어두니 그새 벽지들끼리 붙어 버리는...

풀칠을 미리 해두고 작업할 때는 본드를 섞지 말 것.

 

벽화는 수인샘의 진두지휘 아래

정환샘이 좋은 뒷배가 되어주고

유민샘이며 그림에 붙고,

오가는 여럿이 한 번씩 붓을 쥐어보고.

아니, 벽에다 그림을 그리랬지 옷에다들 그려?”

아이들 옷에도 물이 들었네.

페이트를 씻은 물이 수로를 가기보다 땅으로 잘 스미게

도윤 정인 지율이 괭이들을 들고 있었다.
해가 넘어갔고, 날이 조금 서늘해졌고,

마지막 저녁빛으로 벽화가 완성되었다. 그게 되더라!

동쪽 벽면과 북쪽 벽면까지.

벽화를 그리는 곁에서 나는 밭에서 솎아온 풋마늘을 다듬다가

같이 붓을 들어보기도 하고,
달골에서는 현철샘이 어제 못다 깎았던 풀을 마저 깎고 있다가

저녁밥상에 봄나물 4종세트((개두릅참두릅옻순가죽나물)를 튀겨 내주었다.

정말 원 없이들 먹었네.

늦은 저녁 밥상을 물리고 달골로 바로 향하다.

창고동에 난로를 피우고 군고구마를 구우며 실타래’.

각자가 싸 온 이야기를 풀다.

우리들은 그것을 숙제검사라고 부르기도.

따뜻하게 말하고 깊이 들으며 한 사람을 읽는다.

그것은 세상을 읽어나가는 창이기도.
야단법석이 이어졌다.

군고구마로 시커매들 졌네.

수인샘은 먼저 퇴장했다.

힘이 들어도 때로 혼자 하는 게 낫지 사람들을 데리고 하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 거나.

우리 모두를 색놀이의 세계로 안내해

풍요로운 시간을 안겨주어 감사!

전문가는 괜히 전문가가 아니었던 거디었다:)

첫걸음 한 유민샘도 특별히 고마웠다.

처음이면 더 멀고 긴 멧골.

불편한 게 많은 공간에서, 그리 편치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을

평안을 보여주었다.

, 이런 사람을 둥글둥글하다고 하는구나,

아이들과도 어른들과도 두루 친밀하게 지내 곁에서 보기 고맙고 좋았더라.



아침밥: 떡만두국과 두부꾸미, 개두름된장무침 달걀찜 무말랭이 배추김치, 그리고 쿠키
낮밥잔치국수와 숙주 콩나물 부추김치 고명,   가지, 그리고 바나나
저녁밥: 잡곡밥과 아이들이 노래한 참치김치찌개(참치가 더 많았던),

알타리김치 콩자반 더덕무침( 못 본 이를 위해 다시 낸), 꽃게무침 감자조림 연근조림 잔멸치볶음 어묵볶음 풋마늘무침,

그리고 봄나물 튀김 4종세트(개두릅참두릅옻순가죽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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