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7.불날. 비

조회 수 37 추천 수 0 2024.06.22 03:51:29


안녕하신지?

내 평안하지 않음으로 그대의 안부를 더 묻게 되는.

오전은 삼거리밭에, 오후에는 학교 마당에 풀깎이 돌아가고 있었다.

풀들의 나라에서 사람마저 풀이 되어버리는 농번기라.

 

운전을 못하는 상황이 되니 퍽 오랜만에 이동수단을 생각한다.

식구 하나가 병상(이라고까지 말하기 멋쩍을)을 지키다 돌아가고,

다른 식구가 바통을 이으려 왔으나 바삐 가야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환자가 움직이기에 가장 쉬운 건 택시다.

하지만 왕복 비용이면...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마을을 나가는 차편을 수배해볼 수.

나가는 건 그 차편에, 돌아올 때 한번쯤은 버스를 탈 수도 있을.

마침 물리치료를 다니는 이가 있다.

같이 가요!”

기다렸다 올 때도 같이 시간 맞춰 오자는데,

그의 행선지는 읍내가 아니라 다른 편에 있는 인근 도시.

버스로 읍내를 오가며 알바를 하는 이가 같이 버스를 타고 가자고도.

각자 일보고 같이 들어오자는.

한쪽 팔을 아주 움직이지 못하니 1시간이나 타는 버스가 무척 먼 길로 느껴지는 부담감.

혹 팔이 어디 부딪히기라도 할까 싶어.

아직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어쩐다?”

결국 택시를 타거나 내일 팔 상태를 봐서 할 만하면 버스로.

그런데 마침 품앗이샘 하나 들어온 덕에 그 차편으로.

뼈 상태를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팔을 좀 움직일 수 있도록

깁스의 팔꿈치 쪽을 자르다.

 

덕분에 영화도 한 편 보고 들어오는.

잘 보지 않는 종류의 영화였으나 시간에 맞춰.

수사반장이 예전 범죄자였던 이를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박석환 배우가 연기한  범죄자(였던) 역에 대해 안쓰러움

가짜 비밀 경찰 휘장을 주고 그를 이용하기만 한 것에 대한 못마땅함

문제해결에 실제 보탬이 되었고그가 가진 선의도 있었는데 

하다못해 표창장이라도 줄  있지 않았을까

그가 더 좋은 시민으로 변화할  있는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범죄자라도 그의 선의를 그리 소모하면 안 되지 않냐는 아쉬움.

 

늦은 밤 돌아와 손이 당장 닿아야 하나 그렇지 못한 곳을

손 빌려 치워내다.

세면대 불어서 찌꺼기를 빼낸다거나음식물 쓰레기통 비운다거나.

2주는 깁스한 팔을 아주 안 쓰기로 작정했다.

그래야 다음 일정들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여럿이 팔이 되어주는 덕에 이런 시간을 또 건넌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84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8046
6683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442
6682 2019. 3. 3.해날. 흐림 옥영경 2019-04-04 5938
6681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5601
6680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225
6679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5088
6678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875
6677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758
6676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697
6675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682
6674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653
6673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620
6672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598
6671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586
6670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459
6669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322
6668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900
6667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884
6666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799
6665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79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