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13.달날. 맑음

조회 수 17 추천 수 0 2024.06.25 10:34:16


어리석고 미련하여 하는 짓이 거친 사람, ‘뒤틈바리.

애써보지만 뒤틈바리 되어 있는 일이 드물지 않다.

생은 끊임없이 뒤통수를 때리고,

우리는 소낙비를 피할 수 없다.

우산이 있어도 어느새 어깨가 축축하고,

비옷을 입어도 빗속을 오래 걷다보면 발에서부터 서서히 젖어들기 일쑤다.

 

가르친다고 가르쳐도 그 길대로 학생이 가는 것도 아니다.

그걸 봐야 하는 건, 교사의 숙명이다.

자식을 키운다고 키워도 그 정성대로 자라는 게 아니다.

부모의 숙명이다.

우리 어른들은 어른이라는 이름의 죄가 있다.

많은 일은, 어른인 우리 때문이다.

교사 된 죄, 부모 된 죄, 어른 된 죄.

가르친 죄, 낳은 죄, 먼저 사는 죄.

아주 가까운 동료교사 하나가 아동학대범으로 3년의 법정소송을 치렀다.

교육청은 꼬리 자르기 하듯 자신들을 보호하는 쪽을 택했다.

장애아들을 잘 가르쳐 좋은 세상에 기여하고 싶었던 그는

아동학대죄의 유무를 따지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냈을지,

오늘은 안녕한지.

아이들이 뭔가 배워가도록 하려던그가

의기소침해지고 무기력해졌을 수도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는 않다.

넘어진 사람 일으켜주어도, 나오려는 이를 위해 문을 잡아주어도,

타인이 들고 가는 무거운 짐을 덜어준다 해도 범죄자로 몰리는 예가 흔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런 사람의 마음인 친절을 갈수록 놓는다.

물론 사람들로 하여금

그 친절의 절차(도움이 필요하냐 묻는다거나 하는)에 보다 섬세해지게 한 긍정은 있었다.

 

 혼자  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죽어라 애쓰고 살아도

부모가, 자식이아내가, 남편이형제가 얼마든지 내 삶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우리 부모의 빚을 갚아야 하고, 자식의 학폭위에 불려가야 하고,

부모한테 못하는 형과 싸워 경찰서에 가야 하고, ...

그리하여... 인간은 결국 겸손할 수밖에 없다.

기어코 엎드릴 수밖에 없다, 신에게든 타인에게든 생 자체에든.

 

모든 사람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행동은 맥락 속에 있다.

일찍이 자식 많던 울 할머니 그러셨다.

아들 가진 부모 도둑놈 욕 못하고

딸 가진 부모 화냥년 욕 못한다고.

함부로 돌 던질 일이 아니다.

오늘 청년 여자와 청년 남자의 갈등을 들었다.

양쪽의 이야기가 달랐다.

내가 믿어 의심치 않는 진실이 진실이 아니기도 한 사람살이라.

내 새끼를 잘 안다 싶어도 모르는 게 또 부모다.

내 학생을 잘 안다 해도 그게 또 다가 아니다.

좀 지켜보기로 한다.

 

쉽지 않은 생이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 2024. 5.13.달날. 맑음 옥영경 2024-06-25 17
6665 2024. 5. 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6-22 25
6664 2024. 5. 7.불날. 비 옥영경 2024-06-22 26
6663 2024. 5. 8.물날. 맑음 옥영경 2024-06-22 26
6662 2024. 5. 6.달날. 흐림 옥영경 2024-06-22 28
6661 2024. 5.10.쇠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24-06-22 28
6660 2024. 5.12.해날. 맑음 옥영경 2024-06-22 28
6659 2024. 5.11.흙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24-06-22 30
6658 2024. 5. 4.흙날. 맑음 옥영경 2024-06-19 58
6657 2024. 5. 3.쇠날. 맑음 옥영경 2024-06-19 59
6656 2024. 5. 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6-19 61
6655 2024. 5. 5.해날. 비 옥영경 2024-06-19 66
6654 2024. 4.23.불날. 저녁비를 향해 가는 하늘 옥영경 2024-05-28 90
6653 4월 빈들 닫는 날, 2024. 4.28.해날. 해 맑은, 그리고 흐린 밤 옥영경 2024-05-28 90
6652 2024. 4.22.달날. 갬 옥영경 2024-05-28 91
6651 4월 빈들 이튿날, 2024. 4.27.흙날. 맑음 옥영경 2024-05-28 91
6650 4월 빈들 여는 날, 2024. 4.26.쇠날. 날 좋은 옥영경 2024-05-28 94
6649 2024. 4.21.해날. 삽살비 옥영경 2024-05-28 95
6648 2024. 4.24.물날. 비 옥영경 2024-05-28 98
6647 2024. 4.25.나무날. 맑은 옥영경 2024-05-28 9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