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27.달날. 맑음

조회 수 1105 추천 수 0 2006.03.31 08:59:00

2006.3.27.달날. 맑음

달날 아침마다 있는 '첫마음'은
아이들이 하루를 마치며 세 패로 나뉘어 하는 구역청소랑은 다릅니다.
지낸 시간들에 대한 정리와는 달리
보낼 시간들에 대한 맞이의 마음이 들어있지요.
또, 누가 무엇을 맡는 게 아니라
누구든 마음을 내서 해보자 합니다.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아 보이는 3기 아이들은 선배들로부터
자기 앞으로 맡겨지지 않아도 내 일삼아 움직이는 것에 대해 배우지요.
손끝도 까딱 않던 정민이도 창욱이도
불러야 그제야 일어나는 동희도 승찬이도
쉽지야 않지만 애써보고 있습니다.
1학년들이야 선배들 하는 양대로 할 테구요.

오늘 손풀기는 명암을 익히며 보냈습니다.
색 하나를 쥐고 밝고 어둠의 정도를 표현해보았지요.
난롯가에 둘러앉아 단소도 불다
읽어나가던 책을 폅니다.
몇 권의 좋은 책만 읽히며 한 해를 보내도
아이들은 훌륭하게 자라겠다 싶은 순간이지요.
창욱이는 어른이 읽어주는 동화를 들은 적이 별 없다 하였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부모의 빈자리인 것만 같아
그럴 땐 마음이 싸아 하지요.
물꼬의 사랑이 그 자리를 채워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오늘은 자기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며 우리말 우리글을 시작했습니다.
서로서로 자기 흠도 고백하고
자신의 장점들을 자랑스레 말하기도 하였지요.
령이가 선배노릇을 하며 성큼 컸습니다.
째째하게 굴기 일쑤더니
달 초만 해도 두어 차례 그런 일이 있더니만
5학년 형아로 자리를 잡아갑니다.
스스로도 그런 자신이 대견한 모양입니다.
"나는 책을 좋아해요. 책 중에 만화책이 좋고 또 만화책 중에 역사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곤충을 좋아해요. 그 중에 갑각류곤충을 좋아해요. 또 그 중에 사슴벌레랑 장수풍뎅이를 좋아해요.
그리고 나는 놀리는 것을 싫어해요."
1학년 신기는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라고 썼고
종훈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썼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해요.
그리고 엄마를 사랑해요."
2학년 류옥하다는 이리 쓰고 있었지요.
"나는 레고를 좋아해요. 그리고 그림을 못그려요."
창욱이네요.
3학년 정민이는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추운 걸 실어(싫어)하지만 낙시(낚시)는 좋아해요."
"저는 놀리는 사람을 아주 싫어해요. 그렇지만 한두 번 정도는 저도 괜찮답니다. 저는 이런 아이예요.
그리고 전 가족하고 자유학교 물꼬가 좋답니다."
4학년 동희지요.
6학년 승찬이는 아래와 같이 그림판에 쓰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1.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다시 일어나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2. 나는 화내는 것보다 오히려 웃을 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3. 나는 집안에서 노는 것보다 밖에서 뛰어놀기를 더 좋아해요.
4. 나는 운동, 체조를 좋아하고 특히 밖에서 산책과 걷기, 달리기를 좋아하고, 운동 중에는 농구, 축구, 피구, 야구를 가장 좋아해요."
나현이는 이리 적고 있었지요.
"나는 애들이 장난쳐도 애들이랑 놀고 같이 있는 걸 좋아합니다.
나는 하는 일이 잘 안되어도 노력을 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화가 나도 금방 가라앉는 사람입니다.
나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잘 견뎌낼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화나는 일이 많아도 화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입니다."
훌륭한 아이들입니다.
이들이야말로 스승입니다.
그림들도 그려 넣는 가운데
돌아가며 불려나와 손발톱도 깎고 귀도 닦았지요.

춤추러 읍내 나가는 길에
버스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을 위해 자리를 다들 비웠답니다.
저들도 곤할 텐데 말이지요.
"아이들이 자랑스러웠다."
날적이(일기)에 그리들 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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