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 7.나무날. 비
오후, 아이들이 무대배경에 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몰입해서 새참을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고,
저녁밥을 먹으라고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할 정도였다지요.
종이를 누더기 깁듯 이어붙이고 그렸다는데
혹 큰 작품을 망치기라도 할까 저학년은 재료준비며 심부름을,
큰 아이들이 그림에 매달렸다합니다.
그런데 작은 녀석들이 또 얼마나 하고팠을지요.
그 마음이 받아들여져
나중에는 령이가 마지막 정리를 하고
모두 그리는 일에 매달리기도 하였다네요.
저녁, 곶감집에서 발명품시연회가 있었다지요.
한 주내내 요술손 정운오아빠의 뚝딱거리는 소리가 딱따구리소리마냥 들리더니
마침내 구이틀이 만들어졌답니다.
밤 고구마 떡 감자가 훌륭하게 구워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는 후문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없어 못내 아쉽습니다.
오후에 서울행 기차를 탔다가 새벽에 돌아왔습니다.
오랜 시간 시카고에 머물고 있는 남편이 잠깐 들어와
아이를 데리고 가족끼리 한 짧은 나들이었네요.
프라하소년소녀합창단과
뮤지컬 ‘어린왕자’의 주역 팝페라 아티스트 조셉 맥매너스의 공연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있었답니다.
‘파리나무십자가’의 공연을 본 뒤
언젠가는 아이들과 그 같은 합창단을 만들고픈 바램이 있어왔고,
영화 ‘코러스’ 같은 작품의 감흥이 유달랐던 것도 그 까닭이었을 겝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과 그런 합창단을 꿈꾸었지요.
정확하게 우리말 가사를 전달하는 가곡 ‘보리밭’ ‘선구자’
그리고 가요 ‘마법의 성’과 ‘서울찬가’를 들으며
그들의 연습이 어떠했을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