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6.해날. 맑음

조회 수 1435 추천 수 0 2007.12.31 17:47:00

2007.12.16.해날. 맑음


장순이랑 쫄랑이가 어찌나 짖어대던지요.
또 낯선 사람들이 왔겠거니 합니다.
안에서 움직임이 바빠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가 빼꼼 문을 열었다 돌아옵니다.
“약속하고 와야 된다고...”
제 깜냥으로 그리 말했다 합니다.
멀리서 온 정성으로 잠시 얘기를 못 나눌 것도 아닌데
찾아온 이들도 예의가 발라
으레 그냥 학교라도 둘러보러 왔다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갑니다.
그렇더라도 연이 깊을라면
메일로도 전화로도 또는 얼굴을 서로 보게도 되더이다.
그런데 그렇게 굳이 약속을 잡고 오지 않았더라도
짬이 좀 났을 때 운 좋게 함께 앉았기도 하는데
오후에 찾아온 이들과는 차를 한 잔 마실 수가 있었지요.
이혼한 가정의 엄마가 찾아왔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마음이 많이 어려워
앞으로 살 곳 혹은 새로운 일을 찾아 다녀보고 있다 합니다.
좋은 길을 잘 찾길.

잠시 다니러가던 친구 동생이
산골에서 귀한 것들 몇 가지를 챙겨주러 왔더랬습니다.
“너 하는 짓이 너무 예뻐졌다.
옛날에는 얄미웠는데...”
이곳에 사는 한 아이에게 그가 건넨 말이었지요.
그래요, 사람은 늘 변하기 마련이지요.
내가 달라졌거나, 혹은 그가 달라졌거나.
그가 그대로여도
내 변화가 다른 눈을 갖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혼만 해도 그렇습니다.
여전히 애정은 있으나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사람들도 있지만
서로 지옥 같았던 기억을 가지고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렇게 변해있는 것처럼
그도 흐른 세월동안 어떤 변화를 겪지 않았겠는지요.
헌데 우리는 흔히 지금의 내가 아니라
그리고 지금의 그대가 아니라,
그때의 나와 그때의 그, 혹은 지금의 나와 그때의 그가 충돌합니다.
내가 이렇게 달라졌듯이
그도 달라지지 않았을지요.
미운 그때의 일로
지금도 미움을 이어가고 있음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려나요.
지금 이 순간의 나와 지금 이 순간의 너가
만나는 지혜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디 남의 얘기이기만 하겠는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014 2006.5.19.쇠날 / 110 계자, 못다 한 갈무리 옥영경 2006-05-25 1440
6013 2006.4.20.나무날. 싸락눈 옥영경 2006-04-26 1440
6012 2007. 1.21.해날. 맑음 / 117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1-23 1439
6011 2005.11.3.나무날.맑음 / 저수지 청소 옥영경 2005-11-04 1438
6010 [바르셀로나 통신 5] 2018. 4. 3.불날. 맑음 옥영경 2018-04-06 1437
» 2007.12.16.해날. 맑음 옥영경 2007-12-31 1435
6008 2006.10.12.나무날. 맑음 / 구미 야은초등 6학년 154명 옥영경 2006-10-13 1436
6007 4월 6일 물날 촉촉하게 내리는 비 옥영경 2005-04-07 1436
6006 3월 16일 물날 안개 자욱하다 기어이 비 옥영경 2005-03-17 1436
6005 12월 10일 쇠날 가끔 먹구름이 지나가네요 옥영경 2004-12-17 1435
6004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19 1435
6003 132 계자 이튿날, 2009. 8. 3.달날. 빗방울 한둘 옥영경 2009-08-09 1434
6002 2005.10.11.불날. 날 참 좋다! 그리고 딱 반달/ 상처를 어이 쓸지요 옥영경 2005-10-12 1434
6001 7월 2일, 그룹 <포도밭> 옥영경 2004-07-13 1434
6000 2008. 4.18.쇠날. 맑음 옥영경 2008-05-04 1433
5999 2005.11.17.나무날.맑음 / 끽소리 못하고 그냥 쭈욱 옥영경 2005-11-20 1432
5998 [바르셀로나 통신 8] 2018. 6.24.해날. 맑음 옥영경 2018-07-07 1431
5997 2008. 6. 8. 해날. 우중충해지던 오후 억수비 옥영경 2008-06-23 1431
5996 117 계자 여는 날, 2007. 1.22.달날. 흐리더니 맑아지다 옥영경 2007-01-24 1431
5995 2005.11.4.쇠날.맑음 / 호박등 옥영경 2005-11-07 143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