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8.쇠날. 맑은데도 눈 나풀나풀

조회 수 1261 추천 수 0 2008.03.05 10:41:00

2008. 2. 8.쇠날. 맑은데도 눈 나풀나풀


산골 오니 맑은데도 눈 나풀거리고 있네요.
남도의 골짝에서 하루를 보내고 오는 저녁답입니다.
집안 식구들이랑 모다 강가에 나가 향어회를 먹었더랬습니다.
“야아, 사우(사위)가 오니 대우가 달라지네.”
날이 추워지면 강가에 나가 향어회를 먹습니다.
바다가 멀지는 않다 해도 내륙이라
바다회보다는 민물회들을 먹지요.
어린 사람들이야 그저 초고추장 맛이라지만
민물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민물회 먹다 바다회 싱거워서 못 먹는다 합디다.
향어회는 색이 붉어 맛도 진하다나요.
“아하, 그래서 횟집에서도 연한 색부터 먹으라는 구나...”
회가 차가운 음식이니 속을 데운다고 무채가 나오는데
회를 먹지 않는 사람에게도 좋은 반찬이 됩니다.
땅콩가루와 산초향이 나는 초고추장에
다른 야채랑 함께 비벼먹으면 맛이 일품이지요.
먹다 남은 회는 매운탕에 샤브샤브로 이어집니다.

딸년은 도둑이라더니...
그예 재봉틀을 실어옵니다.
공동체에 세 대나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어 늘 아쉬웠지요.
집에 갈 때만 써 오던 건데,
마침 이젠 예전처럼 집안에서 쓰는 이가 없답니다.
화장지 꾸러미며 건어물이며
이리저리 쟁여져 있는 물건들도 실려 옵니다.
등나무 하나도 파 왔네요.
국화시간에 바람에 흩날리는 등꽃을 그리며
몇 아이들이 더러 궁금타 궁금타 하던 나무였더랬지요.
오래전 실어갔던 두 그루도 있었으나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렸는데,
올해는 잘 키워보자 합니다.
나무를 심을 때는 절대 한 그루만 심지 말라던가요.
“세 그루를 심어라!”
한 그루는 그늘을 위해,
한 그루는 열매를 위해,
그리고 나머지 한 그루는 아름다움을 위해 심으라데요.
그렇게 숲이 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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