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9.해날. 오후 조금 흐릿해지는 하늘

조회 수 1327 추천 수 0 2008.03.30 20:18:00

2008. 3. 9.해날. 오후 조금 흐릿해지는 하늘


봄맞이 대청소입니다.
학년맞이이기도 하지요.
달골 창고동이며 본관, 고래방에 이어
오랜 숙제이던 부엌 곳간이며 장독대 줄 선 항아리도 다 열어봅니다.
효소를 거르고,
묵은 것을 쏟아내고,
감식초를 거르고,
아, 그런데...
새로 담은 감식초를 걸러내며
슈퍼에서 감식초를 파는데 두 병에 얼마하더라,
그러니 우리 게 얼마의 값어치겠네,
그런 수다를 떠는 순간 불안에 엄습하여 좇아나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찌꺼기를 받쳐놓은 커다란 광주리와 대야가 그만 사라지고 없었지요.
‘아, 아, 아,
종대샘 조옹대애새앰!’
묵은 것들을 거름장으로 보내는 일을 맡겼는데,
맨 앞에 있던 그것부터 학교 뒤란 아래 둔덕으로 실어간 게지요.
“그래 그걸 보면 모르겠데요?”
부엌샘이 한소리를 건넸습니다.
“나는 물이 새니까 대야 위에 받쳐놓은 줄 알았지...”
“아유, 정말...”
“이거라도...”
대야에 남은 것이라곤 겨우 작은 쥬스병에 들어갈 양이 전부였지요.
“그래 그걸 보고도 모르겠더나
놓친 고기가 집채만한 법이지요.
얼마나 잘 담아진 건데...
그리하야 그만 그 맛난 감식초 한 항아리를 그만 날렸답니다.

산청의 간디학교에 지낼 때 6개월 가량이나 분리수거를 맡았던 부엌샘은
이곳에서의 쓰레기 정리를 위해서
짧은 교육이 있었답니다.
쌓인 쓰레기를 죄 쏟아 재분리에 들어갔습니다.
페트병은 페트병끼리, 그밖의 플라스틱(비닐류 포함)은 어떻게 하고...
그러고나니 정말 쓰레기봉투로 들어가는 걸 얼마 안되데요.

아이들도 한 몫하지요.
운동장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달걀거름을 부수어 간장집 남새밭 부추밭에 뿌리고...

부산한 틈으로
새로 부임한 황간지구대 공현호소장님 인사를 다녀갔습니다.
어디고 늘 사람들이 떠나고 또 옵니다.
자연스러운 일인 줄 알면 보내는 마음도 떠나는 마음도
그리 흔들림이 크지 않을 테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526 2월 어른계자, 2023. 2.24~26.쇠~해날. 맑음 / 산오름(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황룡사) 옥영경 2023-03-20 595
1525 2020. 1.20.달날. 아침에도 밤에도 눈발 옥영경 2020-02-20 595
1524 2023. 8.14.달날. 맑음 / 노력은 우리 어른들이나 좀 할 것 옥영경 2023-08-16 594
1523 2023. 8.12.흙날. 흐림 옥영경 2023-08-14 594
1522 산마을 책방➁ 여는 날, 2019. 8.24.흙날. 맑음 옥영경 2019-10-10 594
1521 2024. 3.28.나무날. 비 옥영경 2024-04-18 593
1520 2023.10.16.달날. 살짝 흐린 옥영경 2023-10-24 593
1519 2019. 7.26.쇠날. 비 옥영경 2019-08-22 593
1518 2019. 7.16.불날. 반짝 해 옥영경 2019-08-17 593
1517 3월 빈들 이튿날, 2024. 3.30.쇠날. 소나기 지나다 옥영경 2024-04-18 592
1516 2023. 9. 2.흙날. 흐림 옥영경 2023-09-14 592
1515 172계자 닫는 날, 2023. 8.11.쇠날. 짱짱 옥영경 2023-08-13 592
1514 청계 닫는 날, 2023.12.24.해날. 가만히 내리는 눈 옥영경 2023-12-31 591
1513 2월 어른의 학교 닫는 날, 2021. 2.28.해날. 흐리다 빗방울 살짝 지나는 오후 옥영경 2021-03-16 591
1512 2019. 8.21.물날. 흐림 / 소나무 전지 옥영경 2019-09-24 591
1511 2019. 8.22.나무날. 맑음 / 두 번을 놓치고, 한 번을 놓칠 뻔한 옥영경 2019-10-08 590
1510 168계자 나흗날, 2021. 8.11.물날. 맑음 [1] 옥영경 2021-08-17 589
1509 2019. 8.20.불날. 맑음 / 당진 강연 옥영경 2019-09-23 588
1508 2023. 1. 5.쇠날. 잠깐 해 옥영경 2024-01-08 587
1507 2020 여름, 166 계자(8.9~14) 갈무리글 옥영경 2020-08-20 5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