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 뜸했어서, 그래서요.

조회 수 970 추천 수 0 2010.08.08 05:12:00


잘 지내고 계신지요.
묻기가 죄송합니다만.


여기는 싱가폴.
한 학기 교환학생으로 와 있어요.
지금은 새벽 네시. 잠이 오지 않아서,
생각난 끝에, 고민하던 끝에 글을 올립니다.
잘 계신거죠,?

언니를 통해서 소식을 듣게 되는 것이
한 편으로 죄송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직접 연락을 드리는것도 죄송하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그렇게 그러고만 있었답니다.
도망쳐 온 이곳에서야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워진 탓인지
빈둥거리기도 하고 하루종일 놀기도 하고
혹은 연락하지 못하고 떠나온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해서
새벽까지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네요.


싱가폴은 작은 나라잖아요.
그런데 곳곳을 우리나라 못지 않게 끊임없이 갈아 엎고 있네요. 지난 수년간 계속 그래 왔다 하네요.여기서 만난 싱가폴 친구도 그것을 안타까워하더라구요.흔적이 없어지는 것을 같이 아쉬워 했습니다.
거대한 쇼핑몰들, 그 곳에 정말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들어찬 푸드코트들은
사람을 충분히 질리게 합니다. 뭐랄까, 소비를 위한 도시같은, 그런 느낌.
도시에는 별로 정이 가지 않아요. 너무나 인조적인, 작위적인 느낌이 도시 곳곳에서 풍겨나서 사람이 사는 곳 같지는 않은, 그런 느낌이에요.
물론, 아직까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런데 사람들은 정말 좋아요.
일화 하나.
제가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기사 아저씨가 버스 정류장에 정차를 하시더니
앞 문을 열지 않고 뒷 문으로 내리시는거에요.
그러더니 휠체어 탄 노인분을 휠체어 전용 자리에 편안하게 앉히시고
교통카드도 받아 챙기시고는 자리에 앉고
그 다음에야 승객들을 태우시더라구요.
놀라운건
아무도 인상쓰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그 순간에.
그리고, 정말 더 좋아 보였던건
그 휠체어 타신 분이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거에요.
만약 그 분이 고마워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었다면
저는 그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였겠습니다만,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휠체어에 앉아 계셨어요.
내릴때도 마찬가지.
'당연한 것'이 당연할때, '상식'이 통하는 곳이 정말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라는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부러웠어요, 솔직히는.


쉬러, 도망쳐 왔습니다.
있던 곳에서의 순간들이 어렵거나,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으나
제 스스로가 닳아 없어지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이 곳에서 제가 어떻게 또 변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 하시기로 했다는 얘기 들었어요.
맘에게는 쉬운 일일 수 있으나 또 몸에는 그렇지 않을 일이니
건강, 하셔요.

운지:)

2010.08.11 00:00:00
*.155.246.137

날 버리고 간 수진이.
건강히 잘 지내다 오셔요.

수진

2010.08.13 00:00:00
*.155.246.137

앗, 조운지네. 너야말로 날 버렸잖아,ㅋㅋㅋ싱가폴 별로 안 멀어

백진주

2010.08.24 00:00:00
*.155.246.137

저도 싱가폴 갔었는데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아직 자라지 않은 나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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