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7.흙날. 맑음

조회 수 1141 추천 수 0 2009.01.31 12:52:00

2009. 1.17.흙날. 맑음


가뭄이 깊더니 물을 얻어먹기가 어렵습니다.
어제는 온 마을에 물이 아주 끊겼지요.
혹 물이 없어 어려운 집은 없나
아이를 살펴보라 보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물꼬는 젊은 사람이라도 있으니,
달골도 있고 뒤란 허드렛물 쓸 우물도 있으니...

“있어?”
막 점심 밥상을 차리러 부엌에 들어섰는데
장순이가 짖고 현관에서 누가 부릅니다.
“물 없으면 갖다 먹어.”
학교 앞 몇 집 건너 사시는 할머니십니다.
“어제 아들이 영동에서 세 통이나 길어왔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물인데
그래도 쟁여두면 좋겠다 싶기도 할 걸
물 때문에 곤란할까 싶어 찾아오셨습니다.
홀로 사시며 거둔 들깨 무를
늘 그리 얻어먹고 살지요.
늦게 심고 덜 자라고 늦게 거두는 논밭살림을
그리 채워들 주십니다.

날까지 차서 이곳저곳 물이 업니다.
길어다 둔 커다란 물통물이 부엌에서조차 얼었습니다.
마을 이장님이며 제법 젊은 축의 아저씨들이
물탱크에 다녀오셨습니다.
저녁답에는 물이 나올 수 있겠다셨지요.
“한 집에 수도 하나씩만 틀도록 하고...”
안내방송이 나오고 정말 물이 나오기 시작했네요,
한번에들 틀고 있어 그런지
수압이 좀 낮기는 하였습니다만.
언제 또 끊길지 모르니 집집이 채워두느라 더 그럴 테지요.

계자 때마다 즐겨 부르는 노래들 가운데
‘가뭄’이라는 곡이 있었지요.
“이 가뭄 언제나 끝나~”
그러게 말입니다.
하늘 쳐다봅니다.
하늘 고마운 줄 알고 사는 삶이어
산골살이가 더욱 귀하지 않나 싶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824 2013. 7.1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3-07-28 701
1823 5월 물꼬stay 여는 날, 2019. 5.17.쇠날. 흐려가는 하늘 옥영경 2019-07-19 700
1822 2017. 5.31.물날. 흐리다 굵은 비 다섯 방울 옥영경 2017-07-07 700
1821 2016.12.21.물날. 비 옥영경 2016-12-30 700
1820 2016. 6.20.달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16-07-16 700
1819 2015.11.21~22.흙~해날. 흐림 옥영경 2015-12-14 700
1818 2015. 8.23.해날. 갬 옥영경 2015-09-15 700
1817 2월 빈들 닫는 날, 2015. 3. 1.해날. 싸락눈 옥영경 2015-03-20 700
1816 2015. 2.16~17.달~불날. 비, 이튿날 흐림 옥영경 2015-03-13 700
1815 2014.12.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1-04 700
1814 2013. 7.12.쇠날. 그래도 해가 옥영경 2013-07-28 700
1813 2013. 6.10.달날. 맑음 옥영경 2013-06-23 700
1812 2016. 6.27.달날. 맑음 옥영경 2016-07-21 699
1811 2016. 6.23.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6-07-16 699
1810 2015.12. 5~6.흙~해날. 흐림 옥영경 2015-12-24 699
1809 2015.10. 2.쇠날. 높고 파란 하늘 옥영경 2015-10-31 699
1808 2015. 7.30.나무날. 맑음, 보름달 옥영경 2015-08-05 699
1807 2015. 7.1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8-02 699
1806 2015. 7. 7.불날. 비 옥영경 2015-07-31 699
1805 2015. 4.13.달날. 비 옥영경 2015-05-12 69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