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몽당계자(130 계자) 닫는 날, 2009. 4.12.해날. 맑음

조회 수 1315 추천 수 0 2009.04.19 17:00:00

4월 몽당계자(130 계자) 닫는 날, 2009. 4.12.해날. 맑음


아침을 절명상으로 엽니다.
백배절을 합니다.
그예 다 하데요.
감동입디다.
애도 어른도 모두 다 하데요.
할 만큼만 하자고 했는데,
백배를 다 하데요,
기특하데요.

정리!
우리가 이곳에서 아이들과 참 잘 익히고 싶은 거지요.
정리하지 않는 것은 책임지지 않는 거다,
책임지지 않은 정치가, 세상이 어떤 결과들을 불러들이는지 보라,
지구 온난화가 그렇고 지금의 한국 상황이 그렇다,
그렇게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내일을 책임지는 세대이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공간정리를 그리 합니다.
이불을 털고 개고 반듯하게 집어넣고...
떡국(거기다 밥까지)으로 아침을 먹은 뒤
마당도 돌아다니며 정리했지요.
오가는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도 꼭 있습니다.
아이들이 비닐을 들고 다니며 다 담아왔습니다.

다음은 도시락을 쌌습니다.
이름난(?) 물꼬김밥을 아이들이 쌌지요.
산오름을 할 적 먹는 김밥이고
관광버스를 타지 않고 나가게 될 적 먹는 김밥이며
더러 보글보글방에서 말아먹는 김밥입니다.
처음 김밥을 싸본다는 아이들도 있지요.
옆구리가 터지고 김을 찢어 떼우고...

아이들이 모여 몽당계자 갈무리글을 쓸 적
어른들이 김밥을 썰어 가져왔던 반찬그릇마다 넣어줍니다.
기차에서 먹을 량이지요.
버스에 오른 아이들이 대해리를 떠나고,
그리고 영동역에서 애들 다 바래주고 무사귀환한다는
희중샘의 연락이 있었더랍니다.

원준이랑 슬아가 전체의 조화에 중심노릇을 크게 했지요.
맑은 신명이가 막내자리를 밝게 잘 채워도 주었습니다.
5학년들은 형제들 같데요.
날이 더 있었더라면 다투기라도 했을까요?
아이들이 순해서도 참 좋았습니다.
이런 아이들이라면 몇 날을 더 보내도 일이 아니겠습디다.
손이 가지 않는 아이들이었지요.
저들끼리도 어찌나 잘 놀던지요.
늘 하는 말입니다만,
고맙지요,
함께 한 아이들도 어른들도.
그리고 또 하는 말,
모다 사-랑-합니다!

몽당계자가 끝나도 삶은 계속되지요.
식구들이 잠시 숨을 돌리고
오후에는 논일을 하고 밭일을 했습니다.
오랜 숙제 같은 두 통의 전화도 돌렸지요.

달골에 간간이 드나드는 이웃 하나 있는데,
컨테이너에 처마를 내면서
우리 호두나무에다 구멍 둘을 뚫어 빗물받이 홈통을 연결해두었습니다.
소사아저씨가 놀래서 달려오셨지요,
산 것에다 말도 없이 그래 두었다고.
그동안도 이러저러 갈등들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뿌려놓은 풀씨가 그 쪽으로 날아들어 문제가 되기도 했고
(다행히도 같은 종류의 풀씨가 아님이 판명),
달골 집 짓는 동안 그 편에서 여러 가지 불편도 하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끼리 살 때 개울에서 발가벗고 목욕도 하고 그랬는데,
시골에서 편하게 살라고 왔는데, 하필 거기다 집을 지어가지고...”
그런 원망도 하셨지요.
하지만 이 편도 불편이 못잖습니다.
니네 땅은 최대한 쓸 데로 다 쓰면서 우리 마당에 주차 하냐,
마을을 내려다볼 줄 알았는데
양쪽으로 건물을 두어 시야를 다 가려놓는 건 뭐냐,
뭐 이런 말 나오는 거지요.
어느 날은 달골 관리하는 목수샘이랑
그네가 한 번 크게 부딪힌 적도 있었더랍니다.
흔히 이웃하면서 있을 수 있는 갈등들이겠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가느냐이지요.
전화 넣고, 조근 조근 잘 말씀드리자
아저씨가 또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못을 뺀다셨습니다.
그리고는 이웃끼리 잘 지내보자 하게 되는 거지요.
윗마을의 땅 문제로 몇 해를 오고가고 있는 건에 대해서도
전화 넣습니다.
얼마 전 언성을 높인 일도 있었는데
또 암시렁않게 서로 얘기합니다.
시골에서 이웃하고 산다는 건 그런 겁니다.
이러나 저러나 얼굴 보고 살아야 하니까요.
특히 우리에게 달골 땅을 넘겨주셨던 윗마을 어르신들은
그 성품으로도 많은 걸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좋은 어르신들 만나 잘 배우고 산다지요.

어쨌든 피해갈 게 아니라면 따빡따빡 처리하는 게 옳습니다.
그거 다 숙제거든요.
몽당계자도, 두 건의 일도, 끝냈습니다.
그리고 또 생활은 계속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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