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30.물날. 흐림

조회 수 976 추천 수 0 2009.10.12 11:59:00
2009. 9.30.물날. 흐림


식구들은 흙집해우소 일에 붙어있습니다.
흙부스러기 떨어져내리는, 마감을 못하고 쓰고 있던 벽이었지요.
흙을 바르고 밀고 있답니다.

낼모레가 한가위,
명절 준비하는 사람들 발길이 분주합니다.
이 시골 소읍도 차가 다 밀리고 있지요.
우리도 한가위 맞을 준비를 해야는데,
전도 부치고 튀김도 하고 나물도 하고 송편도 빚어야는데...
오전 내내 나무 그늘 아래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지독한 감기에 멀리까지 출장을 다녀오고 났더니
여파가 크네요.

오후에 잠깐 뵌 어느 선생님이랑 무슨 얘기 끝에
또 다른 선생님의 얘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당신을 방문한 한 제자가
거리에서 삼십분이나 헤매 사들고 왔는데,
신화당 들어갔다고 타박을 했더라나요.
대개는 예의로 고맙다며 맛있다하고 감사하다 하고 그러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번번이 그는 그 맛없는 옥수수를 사오는 수고로움을 치러야 해."
조금 다른 지점이긴 하지만
십여 년 전 비스무레한 일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가 막 서서 걷기 시작할 무렵
학부모 한 분이 옷을 보내오셨지요.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그 옷은
(윗옷은 남색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것으로 퍽 예뻤습니다.)
아이가 두 해를 넘게 내리 잘 입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옷을 당신 아들 편에 보내왔을 때
아들더러 그랬지요.
“옷 사는 게 젤 아깝더라!”
새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하고 몇 해를 보내고 있던 그때,
나름 엄격한 생태주의자(지금? 결코 아닙니다)였던 그때,
그 생각의 연장에서도 그랬지만,
사실 다른 의도도 컸지요.
그 말을 들었을 땐 서운하셨을지 모르나
그리 말을 전하지 않았더라면
마음 좋은 당신은 내내 아이가 자라는 동안 그리하셨을 것입니다.
당연히 다시는 옷을 보내오지 않으셨지요.
(혹시 서운함이 커서 그러셨을라나, 하하.)
사람 관계에서
때로는 정확한 마음을 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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