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23.달날. 맑음 / 단식 닷새째

조회 수 1034 추천 수 0 2009.12.02 00:41:00

2009.11.23.달날. 맑음 / 단식 닷새째


“수확한 것들 땜에 바쁘시겠어요?”
가을이고 시골이니 거둬들인 것 많을 테고,
그것으로 돈을 사기도 하니
밖으로 나가는 물건들도 그 만큼 많을 거라는 짐작입니다.
물꼬 역시도 쌀을 몇 자루 내보내려
택배회사에 들린 참이었지요.
“네... 저거 다 김치예요.”
거기에 뜻밖에도
다른 수확물보다 더 많은 양의 김치상자들이 있었던 겁니다.
김치들이 그렇게 도회로 보내지고 있던 거지요.
아들네로 동서네로 며느리네로...

아쉬운 감이 많은 가운데 닷새로 단식을 걷습니다.
주말에 김장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이지요.
닷새 단식이면 회복식이 최소 닷새,
해날에 김장을 버무릴 땐 보통식을 할 수 있는 거지요.
물날 배추 뽑아 이틀을 재우고,
쇠날 오후와 저녁에 걸쳐 절이고,
흙날 건진 뒤 김치 속 준비하고,
해날 종일 버무리고...
이번엔 있는 식구들끼리 가볍게 할만치만 합니다.
도우러 들어오겠다는 두어 사람도
나중에 다른 일에 손을 보태 달라 하였습니다.
마침 남도의 집안 어르신이 손을 보태러 온다기도 하셨지요.
작년보다는 일찍 심느라고 심었는데,
배추 알이 좀 낫긴 하려는지...

관내 초등학교의 장학수업에 들어갔습니다.
끝낸 뒤 수업분석이 있었지요.
오래전에 들어갔던 장학수업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과정입니다.
교사의 자평이 있고,
모두 한 마디씩 하고,
장학사의 총평이 있고.
수업분석이라면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조작적으로 정의하지요.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수업을 위해 수업기록을 근간으로 하여 교수 및 학습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사실과 현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고, 교수학적 이론을 배경으로 그 적절성을 검토하는 일’
그 목적이라면 교사의 교수 신장과 학생의 학습 성장을 위한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적절한 예의로 건너가는 평가가 되지요.
물론 과거에 다소 비판적이었던 논의가
협의적 모습으로 달라진 분위기는 있습디다.
수업분석을 할 기회가 있을 때면
꼭 잘잘못의 논평이나 예의만 차리는 논평이 아니라
비평적 접근들이 필요하다는 아쉬움이 늘 듭니다.
한편, 제도학교의 수업들이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자극제가 됨에는 틀림이 없을 테지요.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는 많은 생각의 계기가 되다마다요.

벗에게 작은 생일선물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늘 마음을 쓰고 자잘한 것들을 보내오는 그인데
양말 한 짝이라도 건네고 싶었던 게지요.
챙기면서 기분 좋았습니다.
그를 생각하고 그를 위해서 마련하는 것이라면
큰 것 아니어도 그 마음들이 건너다니지요.
늘 사람 챙기는 일에 퍽이나 인색했다 싶은 반성을
문득 그 벗이 일깨워준 셈이었네요.

단식 때 절대적으로 피하는 게 운전인데
닷새째에 해야 했네요.
일이란 게 그렇지요,
하면 또 하는 거구나 하는 게지요.
낼 아침은 단식을 깹니다.
아고, 굶는 거야 어디 일입디까,
곡기 한 번이 들어갈라치면 밀려드는 식욕이야말로 파도보다 더하지요.
비운 만큼 맑아지는 의식을
밥을 먹는 가운데도 잊지 않으려 애쓰리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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