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 8.불날. 흐린 오후 하늘
밤, 둘러친 검은 산 위로 구름 뭉글거리며 오릅니다.
마치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에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하늘을 보는 듯하였지요.
달이 흐린 하늘 밀치고 오르려하나 봅니다.
그런 순간에 하늘을 지켜본다는 건
감사할 일입니다.
천지가 열리려는 순간을 지키는 것 같은 그런.
관내 초등학교의 한 교무선생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이곳 아이가 잠시 제도학교를 체험한 곳이기도 하지요.
수년 전 여름 한 때 아이들을 계자에 보내오기도 한 분이십니다.
올 겨울 계자 때문이었지요.
자제분과 절친한 친구 하나 같이 보내볼까 한다는 전갈입니다.
서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일,
고맙지요.
아이는 오늘 읍내에서 보따리 하나를 쌌습니다.
한 주 한 차례 지역도서관에서 어르신들과 붓글씨를 써왔습니다.
거기서 여러 어르신들이
아이를 가르쳤고 밥을 챙겨 멕였습니다.
오늘 사물함에서 붓이며들을 싼 거지요.
산골에서 겨울을 난 뒤
눈이 녹고 계곡 얼음이 풀리면 다시 갈 것입니다.
몰아쳐서 뭔가 하다보면 놓치는 게 있기 마련이지요.
몰아서 하면 시간도 모자랍니다.
몇 권씩 되는 책을 한꺼번에 들여다보고
평가란 걸 응해야하는 일들도 그러하지요.
밤을 꼬박 지새고도 책을 못다 보는 일이 생기지요.
오늘이 딱 그러하였는데
늦게 자서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도 깨워 같이 나갈 일 겹쳐 있었지요.
9시 30분까지 가야 합니다.
그런데 도착하니 이미 10여분이 지나 있습니다.
그래도 평가를 치러내야 하는 일에
도저히 그냥 들어설 수가 있어야지요.
화장실로 들어가 10여 분 급하게 책을 들춥니다.
09:50, 그제야 준비하는 마음이 되어
포기한 20여 분은 버린다 하고 평가실 문을 들어갔지요.
푸하하, 10시부터 시작한다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일들도 고맙고 기적 같단 말이지요.
사는 일이 소소하니 이런 자잘한 일에도 기쁨 얼마나 잦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