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빈들모임 여는 날, 2010. 3.26.쇠날. 맑음

조회 수 1028 추천 수 0 2010.04.11 11:41:00

3월 빈들모임 여는 날, 2010. 3.26.쇠날. 맑음


빈들모임을 위한 사람들맞이 청소를 합니다.
상주하는 이들이 여럿이라 한결 수월하다마다요.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들어오기도 할 게고
늦게는 택시를 타고, 그리고 자가용을 이용해서 들어올 것입니다.
멀리 진영에서 기차를 타고 온 이들을 맞으러 역에 다녀옵니다.
아이가 한 달 여 만에 집으로 오기도 하네요.
서른 지난 사촌동생, 그러니까 아이의 아제가
아이와 함께 들어왔습니다.

오는 길에는 한살림생산자농장 광평에 들립니다.
마침 사과즙을 짜고 계셨지요.
아이가 그럽니다.
“사람들은요, 즙은 다 안 좋은 걸로 한다고 해요...”
“아니야.”
그래서 그 댁 즙이 좋은 겁니다, 맛도 맛이고.
이러저러 아주 조금 손 좀 보태고
나눠먹고 사먹고 그리고 같이 팔기도 하는 우리들의 사과즙이랍니다.

“무 좀 갖다 먹어.”
운동장 언덕빼기 신씨할아버지네 밭에서
묻어두었던 무를 꺼내왔습니다.
삽으로 호미로 땅을 파내고 한 컨테이너 채운 뒤
남은 무를 다시 묻어드렸지요.
그리고 밭 곳곳으로 퇴비를 옮기는 일로
품을 더했더랍니다.

3월 빈들모임 여는 날입니다.
울산대표 가운데 부선이가 빠지고 낼 이른 아침 출발해서 온다 하였고,
일산서 오기로 한 인영이네 넷 우여곡절 끝에 다음으로 기회를 미루고,
서울서 오기로 한 새끼일꾼 나은이가 뒤늦게 신종인플루엔자로 못 오고,
그러고 보니 멀리 김해서 온 김동완님과 류옥하다,
한 달 수행하러 들어온 희중샘과 선아샘과 세아샘,
그리고 물꼬 상주 식구들이 저녁밥상의 전부였더랍니다.

저녁을 먹고 달골에 오릅니다.
달 다시 차고 있었지요.
창고동을 명상하듯이 치워내는 일이 먼저입니다.
난로에 불을 지폈지요.
쓸 때마다 감동인 물건입니다.
오늘의 춤명상 소품은 국수나무면류관.
마치 우리가 생에 인 가시면류관처럼
그 관을 쓰고 한 생을 사는 우리 모습이
결국 어떻게 꽃피워내는지를 그렸습니다.
호흡하기를 시작으로 풀잎들의 춤을 추고
우리 한 생, 혹은 봄에 한 해를 내다보는 춤을 이어 추었지요.
그리 우리 생을 갈무리해 내는 의지와,
한 해 농사를 그리 시작하자는 다짐들을
마지막 춤으로 정리하였답니다.

그리고 이야기마당.
자기가 요즘 하고 사는 생각들,
그리고 물꼬가 요새 하는 생각들을 나누었지요.
한 밤, 읍내 역에서 택시를 타고 도언이 들어섰습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홀로 닿은 그입니다.
“아이구, 욕봤다.”
희중샘은 하루정리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지요.
‘늦은 밤에는 도언이가 왔지요. 어찌나 물꼬가 좋았으면 늦은 시간에 위험한 길을 택하여 오고... 창고동에 들어오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그 모습을 보고 전 생각을 했지요. 아! 요새 학교생활이 많이 힘들구나, 안 좋은 일이 있구나... 그래서 물꼬에 옮으로써 다 털어버리러 왔구나 했지요. 참 좋데요. 자신의 이야기 남들에게는 정말 하긴 힘들죠. 하지만 이 공간만큼은 다르더라구요. 물꼬를 거쳐간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힘든 말들을 마음속에 꾹꾹 담아놓다가 여기에 와서 다 털어버리고 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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