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30.불날. 흐림
날이 흐립니다.
그런 만큼 기온도 쌀쌀했지요.
오전에 논에 널린 볏짚을 치우기로 했습니다.
희중샘은 며칠을 나가 있네요.
서울에도 볼 일을 좀 보러 간다했습니다.
남은 식구들이 다섯 다랑이 논에 널려있던 짚을 한 곳으로 모으고
다른 논을 지나 수레를 끌어 호두나무밭 거름장까지 갔지요.
오후에는 이장님이 면사무소 다녀오는 길에
휘발유를 사오셨습니다.
트랙터에 기름을 채우고 시동을 걸어보셨지요.
기계를 붙어서 만지는 이가 없으니
꼴이 말이 아닙니다.
그것을 주셨던 집안 어르신은 오실 때마다 속이 상해라셨습니다,
당신은 자식새끼 거두듯 기계를 다루시는 분이라.
아무래도 수리가 필요하겄답니다.
밤에 전을 부쳐 댁에 건너가 의논을 합니다.
“내가 면에 들어갈 때...”
당신이 하루 끌고 나가 트랙터를 농협의 수리센터에 맡긴 뒤
뒤따라 나간 제 차로 들어오시기로 하지요.
끌고 올 때도 다시 같은 방식으로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대농도 아닌데 고칠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아무래도 생각을 잘해봐야겠습니다.
일단 기계에 대해 잘 아시는
흘목 저 안쪽 사는 박씨 아저씨가 어째야 할까 가늠해 봐주기로 하셨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기 저기 사람들이 바쁩니다.
저녁답에 박동규님 이현옥님이 방문하셨지요.
군수 후보로 나갈 분이십니다.
이땅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이들을 보면
정녕 무슨 마음으로 하는 걸까 자못 궁금합니다.
그래도 학자들이 백날 연구하는 것보다
정치일선에서 법하나 만드는 게 세상을 더 크게 변화시킨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요.
그래서 이 땅 정치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도
아주 무관심하게 모른 척 할 수가 없는 겝니다.
이런 저런 현안들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유권자와 후보자가 아니라도
지역 안에선 서로 좋은 연대가 될 수도 있을 테지요.
캐놓았던 쑥도 나눠드렸답니다.
골짝골짝 저리 찾아다니려면 얼마나 애를 써야 할지요...
용인의 고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김진익샘의 연락입니다,
아이들의 자원봉사 건으로.
오래 물꼬의 논두렁이었고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려 애써오셨는데,
이제 학생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오면 어떻겠냐십니다.
자료를 보내드리면 샘이 설명회를 갖고
주말로든 여름과 겨울 계자 일정으로든
아이들을 만나보기로 하였지요.
참 많은 분들이 마음과 손발을 그리 보태주십니다.
힘이 되다마다요.
젊은이들의 수행은 계속됩니다.
‘오늘은 짚을 치웠습니다. 치우다가 개구리도 보고 지렁이도 보고 도룡뇽? 아기도마뱀?도 보았습니다. 물컹한 도마뱀은 매우 놀랐었는데 나중엔 무서운 감정도 마비되고 오히려 신기하기도 한 것이 이상한 느낌이였습니다. 목장갑을 끼고 있으니 지렁이도 처음엔 놀랐지만 손으로 잡아서 놓아주고요, 무섭기도 하지만 열심히 치웠습니다. 요즘은 여러 가치관이 제 머릿속에서 짬뽕이 돼서 멀미를 할 것 같습니다. 어지러워요.’(선아샘의 방문자일지 가운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