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17.흙날. 맑음

조회 수 1006 추천 수 0 2010.05.08 21:14:00

2010. 4.17.흙날. 맑음


교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달려오는 고목 하나 있습니다.
살구꽃 발그레 꽃봉오리 맺혔고나,
아, 이제야 봄인가 부지요.

“아빠 생일선물 뭐 해드리지요?”
낼모레 아비 생일에 아이는 고민 한창이었지요.
“아빠한테 여쭤봐.”
전화를 걸었겠지요.
“11월이 되면 아이폰을 살 거긴 한데
MP3 하나 있으면 좋겠다.”
다른 기능을 더한 게 아니면
2만원대로 나쁘지 않은 것 살 수 있다 했습니다.
그 소식에 저도 하나 샀으면 싶데요.
“얼마 안하네, 나도 그거 사달라고 해야지.”
“누구한테요?”
“물론 아들한테지. 내 생일선물로.”
“아, 엄마, 아빠가 아이폰 사면 그걸 엄마가 쓰면 되겠다.”
“아들! 근데 왜 아빠는 새 거고 나는 헌거야?”
새 거든 헌 거든 MP3면 됐지
그걸 또 아들한테 발을 걸었단 말이지요.
그런데 이 아이들 대답 좀 들어보셔요.
“엄마, 엄마도 나 헌옷 입혔잖아, 하하.”
에궁...

춤명상이 있었습니다.
‘소풍’이란 제목이었지요.
‘입을 연 나무들이 내민 잎을 따라 노랗게 하얗게 꽃망울을 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새로운 삶의[復活] 기쁨이 온몸을 뚫고 지나간다. 눈으로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새롭게 보이고 귀로는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음악에 새로 풍덩 빠지는 기쁨이다. 그 음악은 나를 나 밖으로 인도하여 소리로는 들을 수 없는 신비로운 세상으로 인도한다.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진정으로 소원하며 기쁨이 잔치를 벌여놓은 이 봄에, 함께 잠시 ‘소풍’을 누려 보자!’
그렇게 춤으로 소풍을 떠난 길이었답니다.
잘 연습했고
아이들을 맞아 다시 한 번 풀어낼 참이지요.

뜻밖에 김성아님을 만났습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게 되면
이러저러 만나게 되는 게 또 이치이지요.
첨엔 재호를 세호로 들어서 장지은님인가 했습니다.
대구에서(그때는 구미였던가요) 아이들을 보내던 어머니셨지요.
지나간 시절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컸고,
2006년 그 시끄러웠던 시절 열심히 물꼬 홈페이지를 보셨더랍니다.
치욕스러웠던 갈등의 시절이 눈앞을 스쳐갔습니다.
그런데, 얘기하고 있는데, 이제는 덜 아픕디다.
송사(무어라 표현할 길 없어)에 말리는 일은
잘잘못을 떠나 이미 민망한 일입니다.
한 때는 나다닐 수가 없었더랬습니다.
나가더라도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더랬지요,
제가 마주친 그네에게.
물꼬에 밥 한 톨이 돼 준적이 없는 이들에게조차 말입니다,
그럴 아무런 까닭이 없었는데도.
시간은 참말 힘이 세지요.

엊그제 성길이 아저씨네서 폐표고목을 한 동 샀고
마당 가장자리에 부려놓았더랬지요.
그 땔감 종일 화목보일러 앞으로 날랐습니다.
먼저 자른 것들만 옮기는데도,
남은 것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였는데도,
나절가웃 걸렸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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