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22.나무날. 흐리다 해거름에 빗방울

조회 수 875 추천 수 0 2010.05.08 21:18:00

2010. 4.22.나무날. 흐리다 해거름에 빗방울


하루걸음으로 먼 길을 다녀오면 여간 곤하지가 않습니다.
아이가 있어 다행입니다.
번번이 그의 안마가 몸을 회복시켜준답니다.
안마를 받으며 아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퍽 좋습니다.
오늘은 그에게 자주 문제가 되는 그의 성격에 대해 얘기 나눕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다보니 아이에게 드러나는 문제들이
늘 ‘학교를 가지 않기’ 때문으로 귀결되곤 하지요,
사실 아이의 성품이라든지 다른 것에 까닭이 있는데도.
어쨌든 그 아이가 지닌 문제 하나를
같이 머리 맞대며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를 비난 않기, 문제 확인하기, 그리고 함께 해결하기,
그런 과정을 거쳤더랬지요.
아이에게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니 다행입니다.
자칫 자꾸 야단치기가 쉬운 게 어른이니 말이지요.

지난 10년 물꼬를 크게 도와왔던 어르신이 계십니다.
“10년이면 자립을 할 수 있을 거다.”
그리 생각하며 도와주신다던 그 10년이
하마 작년이었더랬지요.
그런데 번번이 당장 앞에 닥친 일들로 살아내느라 급급했지요.
이제 알아서 살아라,
오늘 그렇게 채찍을 맞고
정신 번쩍 들었습니다.
도와주신 손길이 허투루 버려지지 않도록
물꼬 잘 세우고 나아가겠습니다!
이제 갚을 일만 남은 게지요.

대구에 사는 벗 순임이 다녀갑니다.
호주에서 홀로 공부하며도
물꼬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도 후원금을 마련해주던 친구입니다.
(세상에, 이러할진대 더 열심히 살았어야했지요.)
한동안 괌으로 여행을 가게 되어
가족같이 사는 개를 맡기러 왔지요.
지난 몇 학기동안을 권력에 눌린 일 하나 있었는데,
참 어려운 관계였습니다.
가령 교수와 학생이라면
교수의 힘에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던가요.
벗이라고 고충을 토로하니 씩씩한 그가 그럽니다.
“들이받아 버려라.
이제 우리 정도 나이 먹었으면 그냥 들이받아도 된다.”
아, 그렇구나 하지요.

낼부터 사흘, 4월 몽당계자가 있습니다.
달골 행운님이 손 하나 보태주십니다.
아홉시에 일이 끝나는 희중샘을 밤에 실어 와야 했지요.
낼 오전 바깥에 나가 볼 일이 있어 아이들맞이를 못하니
그가 하기로 하였더랍니다,
선아샘이 영동역에서 아이들을 데려 들어오기로 하고.

이번 몽당계자에 아이를 보내는
벗 같은 어머님 한 분의 글을 읽습니다.
‘(생략)
늘 하루 하루 현재를 사는 위대함!!
마음은 늘 찰나 찰나 다르지만... 그 마음을 따라 다니지 않고...
다만 지켜보며 그냥 내 길을 가는 것.
그래서 지금의 물꼬가 있고... 아이들에게 숨통이 되어 주나 봅니다.
(생략)’
내일 떠난다고 아이가 지금부터 시간을 재고 있답니다,
가슴이 뛴다며.
‘흠... 그 어떤 것에 가슴이 뛰며 설레는 것... ‘사랑’ 맞지요~~~’
그 아이 온다고 마음 이리 설레는 것 또한 사랑 맞을 테지요.

열심히 살아야겠다, 글 읽고 그런 생각했습니다.
정말 애써야겠다, 하구요.
참 귀한 아이들입니다.
부모님이 아니 보내주면 아이들이 어디 올 수 있나요.
이런 인연 이어주셔서 고맙고, 또 감사했지요.
그나저나 이제 정말 서로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환상이 너무 굳어져서 말이지요, 하하.

자정 넘어 비가 왔고,
금세기 최고의 별똥별쇼가 벌어진다는 새벽 두 시의 하늘은 칠흙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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