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1.흙날. 맑음

조회 수 955 추천 수 0 2010.05.19 17:22:00

2010. 5. 1.흙날. 맑음


산을 내려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머잖은 곳 물가에 단체 등산객들을 위한 식당 하나 있지요.
한 해 한두 차례나 가려나요,
나올 때면 꼭 아이들 먹이라며 손에 농사지은 것들 들려주십니다.
오늘도 사과 한 보따리 주셨지요.
2003학년도에 교보생명재단의 지원을 받아
농촌지역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공부를 할 적
거기 형제 둘이 물꼬를 다녔더랬습니다.
그 아이들 벌써 커서 중학교를 다니고 고교를 다니지요.
벗이 와있단 소식에 가까운 곳에 사는 선배가 건너와서
마침 무운샘과 지혜샘도 와 계신다고
저녁 대접을 하고파 했더랍니다.
고마운 인연들입니다.

무운샘이랑 학교와 달골을 구석구석 돌아왔습니다.
여쭙고 싶었던 것들이 어디 한둘이었을까요.
닥친 숙제들부터 여쭙습니다.
찻방으로 쓰는 투덜투덜한 황토방바닥을 어찌 할까요,
아이들이 쓰는 흙집해우소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데
현재 목공실에 새로 지으려는 형태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 뒤란의 무너지는 흙벽을 위한
좋은 대책은 무엇일까요,
겨울이면 동파를 걱정하며 어마어마한 기름을 때야 하는
창고동의 보일러 문제를 어찌 해결하면 좋겠는지요...
하나 하나 지혜를 나누어주셨습니다.
이럴 때 그러지요,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구.
물론 일이야 남았지만
어찌 해얄지 알고가는 길은 가면 되니 수월하다마다요.

달골 콩밭과 포도밭을 둘러보며
앞으로 지을 공동체 중심마을에 대해서도 의견을 듣습니다.
흔히 산을 바로 등에 지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을 집터의 우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생각을 크게 바꾸게도 되었습니다,
내려다보는 경치에만 집중하면
집 앞의 다른 땅들을 다 죽이게 된다셨지요.
그렇게 되면 산도 경치로 들이게 될 수 있더란 말입니다.
"이런 일 하려면 건강이 받쳐줘야지..."
무엇바다 교장의 몸을 생각해얀다며
흙집 하나를 세울 계획을 하십니다.
곁에 있던 벗 순임샘도 거들지요.
"내가 해준 것도 없고, 많이 안든다고 하니까 돈을 어찌 해볼게."
"당연히 짓기는 내가 짓지."
그래서 포도밭 곁에, 얼마 전 무운샘이 지으신 토굴집 같은 집 하나
내년에 지어내신다셨답니다.
내일 일이야 어찌 될지 모르나
고맙고 고마운 이야기들이었지요.

사람들이 있으니 손 많이 필요한 일들을 하게 되지요.
잘라놓은 땔감들을 뒤란으로 옮겼습니다,
그래도 아직 남은 것 많지요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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