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22.흙날. 흐림 비

조회 수 887 추천 수 0 2010.06.03 16:35:00

2010. 5.22.흙날. 흐림 비


새벽, 2동(얼마 전부터 구역을 둘로 나누었지요)의 표고나무에 물을 줍니다.
먼저 주었던 1동은
소사아저씨가 눕혀두었던 나무들을 세웠더랬지요.

오후, 비가 굵어졌습니다.
아이가 흠뻑 젖어 들어왔지요.
“물이 있을 때 잘되거든.”
모래사장에서 놀다 들어온 길입니다.
“근데, 좀 더 있다 오면 안 돼?”
안될 게 무에 있을라구요.
이즈음부터 초겨울까지는 빗속에서도 저렇게 놀 겝니다,
꼭 가뭄에 고개 숙였던 푸성귀들이
단비 맞으며 빳빳이 고개 들고 몸을 흔드는 것처럼.
아, 저 아름다운 생명력!

닭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마침 우유가 있어 재웠지요, 닭도리탕 해주려구요.
건진 닭을 월계수잎도 넣어 끓입니다.
“어, 스파게티야?”
“어떻게 스파게티라고 짐작하냐?”
아, 그런데, 아, 맞습니다,
스파게티 면을 볶을 때 월계수잎을 넣거든요.
그 향을 맡은 겁니다, 아이가.

잠시 대해리로 들어와 있던 종대샘, 다시 집지으러 또 불려나가네요.
“못하고 가네.”
논 로터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결국 그냥 갔네요.
어떡하겠는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인 걸.
“알아서 할게.”
알아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러나 어쩌겠는지요.
일이 될려면 할 수 있을 것이고
안 되려면 또 못하는 것이지요.
에구, 로터리도 쳐야 하고 모도 심어야 하고...

긴 시간 어려운 시간에 힘이 돼 주셨고
어려운 날들에 격려를 주고 용기를 주셨던 선배 한 분 계십니다.
무엇보다 물꼬의 살림을 오랫동안 살펴줘 왔던 분이시지요,
그리 넉넉지도 않으셨으나.
간암으로 오래 투병하셨던 당신이
간이식을 받아야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곁에 있는 이들 가운데는 조직이 맞는 이가 없다시지요.
그 얘기를 듣고부터
간을 기증해야겠다 계속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좀 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식구들에게 운을 뗐지요.
당신 여태 좋은 일 많이 했는데 꼭 그렇게 해야 하나,
요새는 중국으로 가서도 많이들 하더라며 남편이 반대를 하고,
아이는 울 엄마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어쩌나 걱정돼서 또 반대합니다.
문득 울 가족에게 간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땐 어쩌냔 걱정도 생기데요.
오지도 않을 문제들이 마구 달겨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때 또 누군가가 곁에서 그리 하지 않겠는지요.
생은 그리 갚으며 가게 되더이다.
결국 간을 기증하기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선한 우리 식구들도 결국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놓고 나니 내 생이 정녕 가치로와져서 기뻤습니다,
밤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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