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30.해날. 맑음 / 미나리 강회
“잘 끝냈어?”
아, 끝났습니다.
5월 한 달 다른 학교의 특수학급으로 출퇴근을 했지요.
소식 아는 이들이 이러저러 연락을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간 잘 돌보지 못했던 장독대부터 둘러봅니다.
무섭게 자란 풀들입니다.
풀을 뽑고 항아리를 닦습니다.
숨쉬기 답답했을 것입니다.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한다,
장이 달면 복이 든다,
장맛 보고 딸 준다,
며느리 들어오면 장맛이 좋아진다,...
장이 얼마나 중했을 것인가 짐작이 되는 말들이지요.
다른 맛과 섞여도 제 맛을 잃지 않는다 하여 단심(丹心),
오래 두어도 상하거나 변하지 않는다 하여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앤다고 불심(佛心),
매운 맛이나 독한 날카로운 맛을 중화시켜준다고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조화롭다고 화심(花心),
장의 미덕이 이러하다 하였지요.
고추장도 된장도 간장도 잘 익고 있습니다.
목수샘은 남겨져있던 땔감을 자르고 다시 떠났습니다.
소사아저씨와 아이가 실어다 뒤란에 쌓았지요.
논 둑 잡초 일을 다 마무리한 소사아저씨는
논에 드는 물길 봇도랑 풀도 다 깎았답니다.
해질녘엔 미나리꽝을 다녀왔습니다.
어린 것들을 좀 베어왔지요.
진흙 밭에서도 푸르게 자라서,
그늘에서도 꿋꿋하게 자라서,
가물어도 푸르러서 빛나는 그것들입니다.
미나리강회를 먹기로 합니다.
마침 따온 표고버섯을 몇 개 데치고
달걀을 흰자 노른자 분리하여 지단을 부치고
홍고추와 청고추를 자르고
데친 미나리로 돌돌 말았습니다.
예전 금융연수원 앞의 용수산에서
미나리강회에 잣을 박은 걸 먹은 적 있었습니다.
잣을 까려니 너무 일이어 관둡니다.
우리집 잣은 아주 관상용이 되었습니다요.
파는 잣은 어떻게 깐 것일까요?
초고추장 곁들이고 막걸리도 한 잔하지요.
아, 미나리 말 때 이쑤시개로 끝을 밀어주면
희한하게 모양이 잘 잡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