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19.흙날. 밤 비

조회 수 989 추천 수 0 2010.07.06 23:43:00

2010. 6.19.흙날. 밤 비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하느님은 왜 새로운 동물을 발명하지 않을까?
지금 있는 것들은 전부 너무 오래된 것 뿐인데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요.

구들연구소의 무운샘이 진행하는 생태해우소 공사 사흘째.
무운샘과 찬호샘은 자갈과 모래 들통을 져나르고
소사아저씨와 한준이, 한민이, 류옥하다는 돌을 옮기고...
아이들은 본관 청소도 같이 하였습니다.
한편 무운샘은 상상아지트 지붕에도 올랐습니다.
운동장 가에 아이들이 지었던 작은 놀이집이 하나 있고,
그 지붕은 널판 위에다 이엉으로 얹었더랬지요.
여러 해가 가고 이엉은 내려앉았는데,
살 집도 아닌데 해마다 이엉을 얹는 게 여간한 일이 아니어
달랑 널빤지만 허름하게 해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만 너덜너덜해지기 한참,
돈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퍽이나 애물단지였지요.
지난 번 무운샘 다녀가실 적,
저걸 어찌 좀 했음 좋겠냐 여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시면서 그곳에 시멘트로 작업할 몇 가지 틀을 만들어오셨지요.
(아, 누가 그리해줄 수 있을라나요.)
돌려가며 물꼬기 비늘모양을 만들어낼 틀이었습니다.
오늘 잠시 그 한 면을 보여주셨지요.
세상에,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셨을 라나요.
지혜샘은 부엌바라지에다 틈틈이 매실도 줍고 산딸기도 따
효소거리를 마련해주고 계십니다.
“옥선생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아고, 그 마음들을 어찌 다 갚으려나요...

여러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대구의 김순임님이 친구 두 분과 인사차 다녀갔고
(잠깐 중에도 도예실에서 나온 짐들을 같이 정리하고
들에 가서 질경이며 약재로 쓸 것들을 캐고..
고맙습니다.)
김해에서 오신 이춘삼샘은 달골 뒤란 언덕빼기의
들쭉날쭉 자란 나무들을 죄 정리해주셨습니다.
오후에 도착한 청주의 조진희님과 김광락님은
오랜 숙제였던 달골 창고동 보일러 문제를 해결해주셨지요.
햇발동과 창고동 보일러를 분리하고,
창고동에 급수통을 달고,
그리고 부동액을 넣고...
부품값도 안 받겠다는 조진희님,
머잖아 집을 지을 계획이라는데
구들은 천상 무운샘의 과제가 되셨습니다.
달골에도 손님 두 분 드셨지요.
요양을 와 있는 분들 계신데,
병문안을 다녀가셨습니다.
참, 김찬호님네는 올라가서 일보고 다시 달날 내려온다며
저녁 먹고 서울 길 떠났네요.

하루 일을 다 끝내고 밤비 내리는 달골 창고동에서
무운샘이며, 조진희님, 김광락님, 이춘삼님과 앉았습니다.
십여 년 고기 골발을 하며 산 시간에 배운 지혜들,
산악인으로 산 시간들이며
삶에서 나온 배움들을 여럿 나누었습니다.
귀하게 잘 들었지요.
아, 김광락님은 상의 널린 것들 정리에다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하고 잠자리로 가셨네요.
“생일상인 줄 알았어요.”
밥상 앞에서도 준비한 이를 위한 찬사를 아끼지 않던 분이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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