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6.불날. 맑음

조회 수 891 추천 수 0 2010.07.16 21:37:00

2010. 7. 6.불날. 맑음


마늘 수확이 끝났습니다.
며칠에 걸쳐 했다 하면 대단히 큰 밭이기라도 하겠다 짐작켔지만
작은 밭뙈기 하나 쉬엄쉬엄 한 고랑씩 파냈댔지요.
굵기대로 분류하여 상상아지트 벽에 잘 걸어두었습니다.

경주에서 오늘부터 사흘 연수가 있습니다.
애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영락없이 교육문제가 나오지요.
누군가 물었습니다.
“보수는 편안한 아이가 일류대 학생이 되길 바라고,
진보는 불편한 얼굴로 아이가 진보적인 일류대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누가 더 탐욕스런 걸까요?”
좌중이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지요.
“그래도 현실이...”
얼마나 많이 듣던 말인가요?
그런데, 그래서 현실이 이 모양인 걸 아시는지?
한국에 1만여 개의 직업이 있는데,
부모가 자식 키우면서 생각하는 직업이 몇이나 될까요?
“50개?”
하하, 스무 개가 안 된답니다.
“그러니 눈 딱 감고 아무 계산 없이 몽상적인 채 가는 겁니다.
계산해보면 전혀 ‘안정성’이 없어요. 다만 ‘안도감’이 있지요, 남들하고 같이 가니까.”
그런 길을 위해 자아실현을 해야 할 소중한 시간들을 다 반납하는 거지요.
대학을 가기까지의 19년을 말입니다.
현재 한국의 대학진학이 90%가 좀 안된다더군요.
80년대 초반 20%가 안 되었던 수치입니다.
그리고 독일은 현재 40%가 좀 안된다지요.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더 고급두뇌를 요구하기 때문인가요?”
칼럼니스트 김규항씨가 말했습니다.
“얼마나 성공할지 계산도 못하고
무식하게, 가랑이 찢어지게, 이성적이지 않게 달려가는 겁니다.”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설했지요.
‘좀 더 편안하게 생활하면서,
피곤한 삶을 줄이고,
내 자존심 지키면서,
아이가 좋은 관계를 맺고,
그런 삶을 모색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교육’이지 않겠냐구요.
그가 한겨레 신문에 썼던 글을 찬찬히 곱씹으며 다시 읽었더랍니다.
“처음 금방 눈에 학벌이나 직업이 유별나지 않아 멀리서 보기엔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특별한 사람, 아무리 곤란한 일도 마법처럼 해결책을 제시하는 현명한 사람,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따뜻한 가슴의 사람, 이 복잡하고 간교한 자본의 체제를 훤히 들여다보는 맑은 눈의 사람, 제 소신과 신념을 ‘그래도 현실이...’ 따위 말로 회피하지 않는 강건한 사람. 우리의 엘리트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아, 물꼬를 아는 분들도 만났습니다.
“혹시 물꼬의...”
진안 홍희경님도 계셨지요.
아이 일로 홈페이지에 글도 남기셨던 분이었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면 그리들 또 보게 됩디다.
반갑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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