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 5.불날. 맑음

조회 수 926 추천 수 0 2010.10.18 01:10:00
2010.10. 5.불날. 맑음


식구들의 아침 수행시간, 아이도 건너왔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그 아이는 어른들 수행이 끝난 다음에야
어슬렁어슬렁 나오거나
아직 자고 있을 때도 잦았더랬지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그런 시기가 있습니다,
마구 먹어댈 때가 있지요.
"클라고 그러나 부다."
아침을 좀 적게 먹는다 싶지만
점심과 저녁을 세 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있는 그입니다.
키 160cm에 몸무게가 으윽, 60kg이 넘어가려합니다.
어찌나 퉁실퉁실한지...
이제 곁에서들 조금씩 걱정들을 하지요.
급기야 저 자신도 화들짝 놀란 눈치입니다.
그러더니 아침 시간에 나타난 것입니다.

"자, 하루 했으니 3일을 해보자."
사흘은 닷새를 부를 것이고
닷새는 이레를, 그렇게 가다 스무하루에 이를 것입니다.
"21일만 하면 습이 된대."
해본다데요.
그렇게 뭔가를 해보며 우리 삶을 채워가는 거지요.
"저 마을회관도 다녀올게요."
지난 여름 우리 마을회관 마당엔
어르신들 건강을 위한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었지요.
녹만 슬어가고 있었는데,
이용자가 생긴 겝니다.
그렇게 하면 살이 좀 빠지긴 할라나요...

지난 여름 계자에 헤집어진 신발상자를
여직 손도 못 대고 있었습니다.
한쪽에 밀쳐두어 눈에 쉬 띄지도 않아
생각만 있고 계속 밀리던 일을
오늘 세아샘이 챙겨 빨았습니다.
식구들이 모두 고구마줄기도 따고
그걸 다듬기도 했더랬지요.
많습니다.
몇 날을 장을 보지 않아도 먹을거리들이 있습니다.
고마운 산골 삶입니다.

산 아래 마을을 내려갔다 오는 길,
언제 코스모스는 저리 한가득 피었을 거나요.
품앗이 휘령샘과 예지샘을 보았습니다.
반가이 뛰어야 서로 얼싸안았지요.
물꼬의 소중한 연들입니다.
몽당계자에 어찌 결합하는가 얘기 있었습니다.
날망(된장집)에 올릴 연탄 때문에
예지샘의 군인 친구들도 하룻밤은 건너온다 하였지요.

드디어 아이는 다음 계절을 위한 옷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옷방에는 도시에서 보내온 멀쩡한 옷들이 많습니다,
평생 입어도 못다 입을.
거기서 아이는 철이 바뀔 때마다 옷을 챙겨 입습니다.
하라고 시킬 것도 없지요, 날이 추우면 저가 합니다.
전신용 거울까지 들고 가 1차로 주욱 입어보고
2차로 어른들한테 묻습니다.
교육의 목적에서 첫 단계(딱히 그리 말할 것도 아니지만)가 무얼까요?
‘스스로’일 것입니다.
자기 삶의 문제가 자기 것이어야 합니다.
언젠가 쌀쌀해진 날씨에 시퍼래진 아이를 보고 그랬습니다.
“옷 좀 입어.”
“엄마, 추우면 입어요.”
그러게요, 온도감지에 장애가 있지 않은 한
추우면 입을 테지요.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들이 저들 생활을 잘 꾸려나갈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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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5.불날. 약간 따스함. <옷 찾기>


옷방에서 어제오늘 내리 옷을 찾아서 오늘부터 드디어 긴팔, 긴바지인 겨울복 차림을 해보았다.
음~ 지금은 옷을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이다. 1자로 세로로 세우거나, -자로 가로로 세우거나, 접어서 2등분 하거나, 4등분, 3등분을 할지 무지무지 머리가 아프다.
옷은 많은데 옷장은 큰 칸 3개, 중간 4개, 작은 칸 2개다.
아유~ 그만 쓰고 옷정리나 해야겠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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