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배 절명상으로 해건지기를 했습니다.

한 배마다 전해주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잘 새겼지요.

깊은 성찰의 시간은 나눔에서도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고마운 시간입니다, 고마운 연들입니다.

 

해장밥을 먹습니다.

새벽 4시가 넘어들 잠이 들었으니

도는 곡주도 만만찮았겠지요.

너무 느긋하게 모이니 그만큼 아침이 늦고,

하여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먼 길은 못가겠습니다.

큰형님느티나무 아래까지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걸었고,

멀리 첩첩이 앉은 산들 건너다보고 마을도 내려다보고

그리고 나무 한번 안아 보고들 내려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빈들은 사진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네요.

그래서 우리 마음에 더욱 새기겠습니다.

품앗이일꾼들과 새끼일꾼이 갈무리 설거지를 야무지게 했네요.

늘 멋진 그들입니다.

 

갈무리를 쓰는 가운데,

늦은 아침이었지만 가벼운 이른 점심을 내놓습니다.

사실 점심이랄 것도 없는.

빵을 굽고, 쨈을 얹고, 그리고 사과와 포도즙을 냈습니다.

버스를 타고 떠날 이들이 먹다 손에들 들고 갔지요.

 

버스로 떠난 사람들 뒤로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떠나고,

그리고 마지막 남은 산행모임 식구들,

잔치국수를 먹었습니다.

가려는 걸음을 불러 세우고 앉혔더랬지요,

어차피 예 남은 이들도 점심을 먹어야 한다며.

물꼬의 콩나물국밥과 잔치국수는 소문자자하여

그게 그리워 또 온다던가요.

 

소정샘 부모님이 오셨습니다.

하여 소정샘네 모든 가족들을 지난 닷새 동안 다 보았네요.

이렇게 넓혀지는 연들이라니...

 

2011년 5월 빈들,

이동학교 있어 그냥 지나려던 모임이

무려 서른 가까이 모여 보냈습니다.

역새 최고 숫자의 빈들모임이었네요.

원래 규모야 열다섯 안팎이지요.

소정샘이 바라지하느라 내내 애썼습니다.

류옥하다도 아이들 건사하느라 나름 애썼구요.

오신 모두가 오랜 친구들처럼 유쾌했습니다.

아, 모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사람들 돌아가고 냉장고 보니

이번 참엔 두부를 별 쓰지 않았더라구요,

첫날 저녁 전골에만 한 모가 들어갔을 뿐.

조림으로 구이로 그리고 이튿날 밤 두부김치로

빼놓지 않고 나가는 음식들,

이번엔 가져오신 것들 많아 그걸로 열심히 썼더랬네요.

오리고기도 5분의 1밖에 안 먹었더라구요,

특별히 이튿날 저녁을 위해 준비했던 것이었는데.

이동학교 우리 아이들이 늘 이리 운이 좋다니까요.

노래 부르던 고기 또 먹게 되었습니다요.

 

이동학교 아이들이 2박 3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로 한 오후입니다.

빈들모임이나 몽당계자 끝나면 오후에 잠깐 눈을 좀 붙이는데,

쇠날 여행을 떠날 적 손수 해주지 못한 밥이 못내 아쉬워

맛난 것 해줘야지 하고 잔뜩 재료들을 꺼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낼 온다는 소식!

그것들 궁금도 한데...

 

그리고, 하다를 보며

저리 멀쩡한 녀석이 이동학교 아이들이랑은 왜 그랬던고,

얼마도 외로웠을꼬,

마음 아렸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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