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12.불날. 비 뚫고

조회 수 1280 추천 수 0 2011.07.18 21:34:32

 

대해리 돌아왔습니다.

어딘가 숨어있다 모습을 드러낸 것 같은

살짝살짝 이곳저곳 표면으로 올라온 곰팡이들을 봅니다.

장마인 게지요, 비 많았던 게지요.

 

농업교육이 용화에서 있었습니다.

천막 밖으로 비 억시게 내리고,

사람들은 야유회를 겸하고 있었습니다.

곁에 앉았던 최씨할머니 옛적 이야기 하나 들려주십니다.

남편의 직장이 전라도 광주에 있어

거기서 아이 셋을 데리고 영동을 올라치면

아침 일찍 출발을 해도 저녁참에 닿았답니다.

그때 네 살, 두 살을 걸리고, 갓난쟁이를 업고 있으면

남편은 어딘가 가서 보이지도 않고 내릴 때에야 다가왔다지요

(그런 남편이었으나 요새는 일보고 늦게 들어가면 밥도 차려놓으신다지요, 하하).

어느 할머니가 자리를 다 차지하고 길게 누웠는데,

아이들을 앉히고 싶은 마음에 깨웠더니

오달지게 욕을 하더라나요.

“내가 드센 사람이 아닌데, 아니 할머니, 할머니가 이 자리 표 다 샀냐고...”

화도 나고 서럽기도 하고 그 비슷한 모든 감정이 올랐던 거지요.

“그러니까 그게 언제 적 이야기예요?”

무려 40년 전입니다.

숱한 삶의 장면들 가운데 그 오래전이 그토록 선명하셨던 겁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겠습니다.

남들 보면 별일도 아니다 싶지만

제각각 깊이 마음을 건드린 일들이 그리 있는 거지요.

저마다 그런 일들을 품고 생이 갑니다려.

 

티벳 불자 경원샘과 공방장 민수샘 오셨습니다.

철우샘의 지인들이기도 하지요.

고만고만한 나이들이 만나

젖은 산골마을에서 곡주를 기울입니다.

저녁을 들고 올라간 이웃 봉길샘도

다시 내려와 합류하셨지요.

그나저나 일할 때에야 일이 고단해서려니 하지만

이렇게 움직임 적을 때도 술이라니...

아, 그건 또 장맛비 때문인가요...

 

아이는 서울에 남아있습니다.

쇠날 실밥을 풀지요.

그런데 나무날은 기락샘이 지리산을 사흘 가는 날.

아이를 홀로 있게 하기는 좀 그래서 나무날 실밥을 풀어 달라 합니다.

상태가 좋답니다.

아비는 아들이 차려준 저녁을 먹었다고 전활 보냈습니다.

 

부모님들의 상담이 많은 때입니다.

학기 초가 그렇고, 이렇게 계절학교 일정을 앞두고 있을 때도 그러합니다.

우리 아이 홈스쿨러라 하면 용기있다십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금 못 놓는 건 평생 놓지 못한다던가요!

우리가 ‘현실 때문에’ 라고 하는 순간

그 현실을 더욱 공고히 하는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지금 놓을 것,

지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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