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26.불날. 흐린 하늘

조회 수 1275 추천 수 0 2011.08.03 23:50:29

 

 

후덥지근.

그래도 산이 둘러친 이곳은 좀 낫겠지 합니다.

 

간장집 마당에 가을밭을 만듭니다.

무 배추로 김장을 준비할 것이지요.

고구마밭을 들여다봅니다.

줄기 무성합니다.

작년엔 그 줄기 너무 실해서 정작 고구마를 얻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적당히 얼른 따서 나물로 먹고

구근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하지요.

 

밤, 풀무농고 정승관 교장선생님 오셨습니다.

김희옥샘 동행하셨고,

그리고 정해진님 공병곤님과 은규와 슬규 왔네요.

새끼일꾼 연규랑의 인연입니다.

정승관샘을 그예 이리 만납니다.

34년을 풀무농고에서 보내셨습니다.

곁에 서서 겸손을 보여주셨으며,

물꼬 같은 야전(野戰)에 대한 애정을 담뿍 보여주셨고,

곳곳에서 하고 있는 이런 작업들이 이 사회를 어찌 끌고 가는지

그 가치를 자리매김하며 격려해주셨지요.

고맙습니다.

큰 어르신을 앉아 맞아 민망하였네요.

 

철우샘 없는 자리를 경원샘이 건너와 메웠습니다.

소사아저씨의 부탁으로

경첩이며 이곳저곳 필요한 자잘한 철물재료들을 챙겨 와서

필요한 곳을 함께 살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의 빈자리가 큽니다.

그게 말이지요, 제가 엑셀이며 컴퓨터 프로그램들에 서툰데

교무행정 자리가 비어있는 걸

그 아이가 아쉬운 대로 손을 보태왔더란 말이지요.

이 커다란 공간 청소에서부터 아주 전천후로 활용되는 아이가

마침 계자 막바지 준비기에 멀리 가고 나니(5박 6일을 제주도에서 보내고 있지요)

아쉽기 어찌나 더한지...

“어머니가 세상에서 화를 내는 아이는 저 밖에 없지요?”

“그게 내 아들된 네 팔자지.”

그런 거지요, 오면 정말 잘해줘야지 합니다.

우리는 왜 늘 있을 때 잘 못하고 이러는 걸까요.

그것 또한 깨어있지 않음의 하나이리라 여깁니다.

사실 우리가 삶에 쉬 지치고 지겨워지는 것도

바로 이 깨어있음이 아니 되어 그렇지 않던가요.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는데,

우리는 늘 과거나 미래 어딘가를 헤매이고 있는 거지요,

‘지금’을 살지 못해.

마음이 현재에 머물 수 있도록 붙잡아주는 정념수행이

괜히 팔정도의 하나가 아니라니까요.

지금 이 순간을 살기!

대단히 비약으로 흐른 듯한데,

아들 돌아오면 잘해야겠다, 뭐 그런 거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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