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조회 수 2251 추천 수 0 2004.06.11 23:28:00

한 주 이야기를 다 쓰고 컴퓨터를 끄려는데
아, 그래요 성학이의 멋진 쇠날 마무리가 눈에 가물거려요.
그래서 제목이 "그리고 성학이"랍니다.
대동놀이 뒤끝 샤워장에서 먼저 나온 성학이
아이들 마른 빨래를 저가 캐키고 있데요.
나름대로 분류도 해놓고.
게다 조릿대집 가려고 다들 가방 울러맸는데
혼자만 이를 못닦았던 류옥하다가 서성이자
"같이 가."
하다의 어깨를 안으며 데리고 나가는 겁니다.
햐, 형님노릇 제법입니다요,
뭐 아이들이 끊임없이 인생 다 산 할아버지였다가
말도 안되는 네 살박이였다가 오가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자는 곳도 개인 공간이 없지요,
좋아하는 아메리칸푸드와 고기 없지요,
찾는 정크푸드 없지요,
물꼬 아이들은 때로 너무나 정적인 작업을 하고 있지요,
뙤약볕 아래 하는 일은 힘깨나 들지요,
화장실은 냄새 고약도 하지요,
아이들과 말이 안통할 때도 허다하지요,
힘이 참 들기도 할텐데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답니다,
고맙지요,
아주 농담도 해대면서.
"이번 주말엔 아이들 부모님들 모임이 있어."
"와, 그러면 우리 부모님도 미국에서 오시겠네."

그에게 정녕 그리운 시간으로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직 남은 날 많지요마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06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227
105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228
104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233
103 6월 15일, 당신의 밥상은 믿을만 한가요 옥영경 2004-06-20 2237
102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240
101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241
100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242
99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249
98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250
»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251
96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254
95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254
94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259
93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259
92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260
91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60
90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265
89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269
88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87
87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