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 2.해날. 맑음

조회 수 1126 추천 수 0 2011.10.14 14:46:49
 


“남자들은 불쌍해!”

밥상 앞에서였던가요, 아이가 그랬습니다.

“어려서는 엄마 눈치보지, 나중에는 마눌님 눈치보지...”

그런가요?


오랜만에 만나는 휴일 같은 휴일입니다.

손바느질로 소품 하나 만듭니다.

워낙에 손전화를 잘 떨어뜨려 보호용이 필요했던 차에

집안 어른 한 분이 선물로 주셨던 것을

귀퉁이 헤고 헤지도록 들고 다니기 몇 해,

더는 쓰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지요.

그런데 퀼트라면 조각천을 잇던 것에서 출발했을 터인데

이젠 자투리가 아니라 일부러 잘라서 팔고 있습니다.

파는 것만큼 다양하거나 곱진 못해도

집에도 입지 않는 옷들 있을 테지요.

짬짬이 그렇게 마련해둔 것들이 좋은 퀼팅 재료들이 된답니다.

이번에는 아이 어릴 적 입던 셔츠와 저 입던 치마 귀퉁이를 떼 냈습니다.

색 조합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유용성에 기대기로 했네요.

맞춤합니다.


아이는 자전거 타고 면소재지를 가서

아비랑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그거 해보고 싶었던 거지요.

“그래, 그래, 지금 못하는 건 나중에는 못하리!”

지금 하고픈 그거 하셔요.


손님 여럿이었습니다.

오후, 진주에서 문저온님 오셨습니다, 수민과 함께.

수민이와 하다, 사내 녀석 둘은 신이 났습니다.

야구하고, 자전거 타고, 고추 같이 널고 덮고...

일곱 살 때 만났던 이네들이 벌써 7학년 열네 살입니다.

계자를 통해서도 또 주말을 통해서도 만나왔는데,

최근 일 년여 만에 만났던가요.

그 나이 되니 서로 성향이 달라 그리 어울릴 부분이 없던 것도

그런 것쯤 외면하고 서로 같이 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지혜가 생기기 마련.

보기도 좋데요.


박우양님도 들리셨습니다.

시사 잡지를 발행하고 계시기도 하고 대학에서 경제를 가르치고도 계십니다.

얼마 전 사과잼 만든 거 어이 아시고 식빵을 두 가마니로 들여주셨네요.

지난 학기에도 그러셨더랍니다.

한편, 류옥하다에게 아주 반가운 토론 벗이 되어주셨지요.

‘나는 4대강을 찬성한다. 일종의 뉴딜정책으로 본다.’

그러자 아이가 반대 의견을 냅니다.

‘지금은 경제가 충분히 성장했고 그런 막무가내식 개발 필요 없다.

 지금은 환경이 국가의 부다.

 뉴딜정책이 결국 2차 세계대전 일어나면서 미국이 부흥했던 거지

 사실 실패 아니었냐?’

‘아니다. 미국 경제발전이 그 토대에서 나왔다.

특히 일자리 창출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저녁을 준비하며 들으니 오고 가는 이야기들 그러하였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았니?”

나중에 아이들에게 물으니

무상급식이며 현 정치이야기며

오랜만에 생각이 다른 이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좋은 기회 되었다 합니다.

“박우양 할아버지는 전형적 보수고 난 전형적 진보인 거지.

 요즘 보수 사람들 보면 무조건 지지 내지는 숭배자들인데,

 그 분은 검토하며 좋은 부분이 있고 안 좋은 부분이 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설득이 되더라.”

 

그리고 대전에서 이웃을 방문하러왔던 김영애님이 잠시 머무셨습니다.


밤, 꽤 늦은 시간까지 기락샘과 문저온님과 햇발동 거실에서

솔솔하게 사는 이야기 나누었네요.

좋은 가을 먼 길 와 준 벗,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은 저들대로 영화도 보고 요새 하는 생각도 나누느라

오래 도란거리는 소리 건너왔지요.

잔잔한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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