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울타리 너머
호두나무 감나무 밭둑에 선, 우리들 밭이 있지요.
옥수수도 심고 콩도 심고 감자도 심고 고구마도 심어둔,
아, 다음 계단밭엔 고추도 심어둔.
그 한가운데 거름더미 있습니다.
떠돌아다니는 고양이 한 마리 가끔 그 거름더미를 헤집지요.
밭 맬 때 아니어도
자전거 끌고 나간 아이들이 자주 그곳에 에둘러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어미가 낳은 새끼 두 마리가 얘깃거리였지요.
이제 더는 어미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저러다 새끼들 죽겠다고.
그러다 지들끼리 새끼들을 데려온 게 그제였지요.
집을 만들고 이불을 챙기고.
성학이는 새끼 먹을 우유값을 자기가 내겠다 했습니다.
쌀과 보리라고 불렀지요.
아이들은 고양이를 데리고 학교 구석구석 안내도 했다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룻밤을 넘기며 움직이질 않았지요.
아침 일찍 어른들 아침모임이 끝나고
용주샘이랑 아이들은 고양이를 묻어주러 갔습니다.
우리가 데려온 게 옳았을까,
그들 삶을 방해한 건 아닐까,
어쨌든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입을 모았지요.
우리들이 돌 하나도 삶 터를 옮기는 데에
이번 경험은 좋은 지침을 낳았겠다 싶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