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도 빗소리에 깼습니다.

종일 흐리더니...

새벽에도 비 다녀갑니다.

 

목공실 안에 비닐을 치고

청소도 하였습니다.

겨울 날 준비이고, 계자에서 아이들이 목공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낙엽 떨어져 비에 젖는 길을 걸었습니다.

단식 엿새째.

아침 해건지기는 기운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움직이면 힘이 힘을 낳는다는 걸 모르지 않으나

역류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욕심 내지 않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어보고

가만가만 옴작거립니다.

메슥거림은 선호하는 냄새들로 막아보았지요.

 

티벳의 린포체 한 분이 한국에 와 계십니다; 쎄이 린포체.

여행을 오신 걸음이었는데,

불자들이 모시고 법문을 듣는 자리에 저도 끼게 되었지요.

어제였습니다.

쎄이 린포체는 둑빠까규파로

인도 동북부의 마날리와 라닥의 고창 곰빠와 아뽀 린포체 곰빠에 주석한다십니다.

고창 곰빠는 쎄이 린포체가 전생에도 수행했던 곳으로

발자욱이나 손자욱 등 여러 흔적들이 남아 있고

현재도 무문관으로 요기들이 거주하고 있다지요.

아뽀 린포체라면 쎄이 린포체의 아버지라십니다.

린포체의 증조할아버지이신 사까시리는

몸이 그 자리에서 무지개로 화하여 열반에 든 금생의 성취자셨다 하고,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유명한 요기에 수행자셨다지요.

몇 해 전 달라이라마 존자가

미국의 과학자들을 라닥의 쎄이 린포체의 곰빠로 보내

이 수행자들의 뚬모를 확인토록 했다고도 합니다.

그때 쎄이 린포체와 그의 무문관 제자들이 이 과정을 보여주고

직접 눈 속에 들어가 그 결과를 확인해 준, 대단한 불력이었던 모양입디다.

그런데, 그의 가계도나 행적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 쉬운 언어로 들려준 법문,

그 간결함과 따뜻함과 쉬움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진리는 그런 것이다,

스승은 이런 모습이다,

그런 생각들을 한 게지요.

 

최근 티벳불교와 인연이 잦습니다.

그예 티벳을 한번 다녀오려는 모양입니다려...

단식 가운데 이 시대 성자 한 분을 만나

기쁨 큽니다.

어떤 재능을 더 갈고 닦느냐보다

어떤 품성으로 살아가려 하는가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요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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