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6.물날. 흐릿한

조회 수 1046 추천 수 0 2011.12.03 01:39:13

 

 

아침, 대배만 백배.

 

주말엔 서울로, 그리고 주중 이틀은 경주를 가고 있는 두어 달입니다.

강의와 거기 딸려 있는 몇 가지 일을 함께 하고 있지요.

불날과 나무날은 또 치료가 필요한 일이 있어 대전까지 나갔다 옵니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간 많지가 않습니다.

이번학기는 일찍이

학기 가운데 머무는 아이들은 받지 않겠다 알렸더랬습니다.

한갓진 학기가 되려니 했지만,

그만큼 또 다른 일이 자리를 채우지요.

그런 거지요, 살아가는 일이.

 

아침을 먹자마자 경주행.

동물을 통한 장애아재활치료 관련일이랍니다.

오늘은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재활센터의 냉장고를 뒤집었습니다.

산골 사는 물꼬 삶이 그러하듯

그곳도 삶터랑 일터가 한자리에 있어

일에 밀려 생활 구석은 손이 못간 곳이 한둘 아닙니다.

“우리 냉장고도 엉망인데...”

그래서 또 누군가 와서 우리 일을 거들 듯,

그곳에서 또 그리 손 보태었지요.

 

함께 간 류옥하다 선수도 한몫합니다.

그곳에서 가꾸는 텃밭에 마늘을 심었지요.

아무도 해본 사람이 없다 하니 제(자기)가 나선 것이었습니다.

둑을 만드는 거며 마늘을 놓는 거며

그리고 흙을 덮고 밭이 겨울 날 준비를 해두었다지요.

“우리 건 아직 못 심었는데...”

그러게요, 물꼬 마늘은 아직 놓지도 못하였네요.

 

류옥하다는 괭이와 호미를 내려놓기 전

밭 가장자리에 이쪽에서 저쪽으로 잘 건너가도록

고속도로(?)도 만들었습니다.

그리 진지할 수가 없었지요.

놀이랑 일이 늘 그렇게 함께 하는 그입니다.

하기야 저가 그렇게 재미날 일이 무에 있을려구요.

또래들이 학교 공간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과 달리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하여 이런 것도 재미가 될 테지요.

 

사람들이 바깥에서 부산하고 동물들도 건사할 동안

저는 구성원들을 위해 밥상을 차렸습니다.

일이 잔뜩 쌓여 모두 종종거리는 걸 보는데,

제 일만 하고 나올 수가 없었지요.

냉장고에서 나온 것들에다 밭에서 뽑아온 무와 배추로 상을 차립니다.

두부전골에 배추전 무나물 가지나물 무청된장졸임을 하고,

전채요리처럼 두부된장죽도 끓여냈지요,

지난번 야채죽을 그리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잘 먹기.

 

어디 가서나 물꼬 아니어도 물꼬려니 합니다.

물꼬 일이 아니어도 물꼬 일이려니 합니다.

내 발디딘 곳이 내 삶터이려니 한다지요.

“아예 이사를 오시지요?”

본격적으로 재활센터 일을 함께 꾸려나가면 어떻겠냐는

교수님의 농 아닌 농이 있었더랍니다.

그리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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