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21.불날. 맑음

조회 수 1056 추천 수 0 2012.03.04 22:54:40

 

오늘 아침에 또 찬바람이 분다,

소사일지는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교무실 난로연통이 쑤욱 빠져버렸다지요.

겨울 한철 쓰면 다 삭아내려 해마다 바꾸는 연통입니다.

그런데 이 겨울은 벌써 그리 되어버렸더란 말이지요.

아직 두어 달 쓰임이 더 있을 것이라

사와야지 한답니다.

 

‘무식한 울 어머니’ 볼일 보러 가신다는 소읍에 내려드리고

남도를 떠나옵니다.

“집이 최고야!”

지난 주 달날 떠났다 오늘 귀가한 류옥하다,

학교 마당에 들어서며 그리 소리칩니다.

몸까지 호되게 아팠으니 더욱 그럴 테지요.

 

경계성급 장애아의 상담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장 좇아오겠다는 걸 말리고 전화로 1차,

그리고 메일로 다음 상담을 하자지요.

심각한 장애를 앓는 형제가 또 있어

그 아이를 돌보느라 동생을 살피지 못해

어느 날 보니 아주 심각한 수위에 있더라는 겁니다.

다행히 여러 치료를 겸할 수 있는 길이 있어 하고는 있는데,

호전되지 않아 물꼬를 찾기에 이른 것.

“같이 고민해봅시다!”

 

최근 눈을 뜨면 기다리는 소식 하나 있었더니,

오늘 그예 안부가 왔습니다.퇴계 선생 시 한수였지요.

<도산잡영(陶山雜詠)>을 쥐고 계시구나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 사서 곁에 두고 읽어야지 하던 것을

게으름에 밀려있었는데 이리 또 듣게 되었던 게지요.

밤 퇴계와 낮 퇴계는 따로 있다던가요.

근엄한 주자성리학의 도학자인 퇴계 선생도 사람이었단 말일 것입니다.

<도산잡영>은 선생이 고향 토계(兎溪) 마을에 낙향한 57세부터 66세까지

약 10년 동안 도산서당 안팎의 자연경관과 생활을 읊은 시집이랍니다.

'앞으로 겨울 석 달/ 보내고 맞는 일 끊었으면 한다'던 겨울 시 한 구절은

겨울 산골의 제 소망이기도 하였더이다.

도산엔 지금 매화가 피었을 것입니다.

아침에 퇴계는 분재 매화에 물을 주라고 시켰다지요.

그리고 오후에 앉아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날 눈이 내렸다는...

 

한 주간 친구랑 배낭을 지고 떠났던 아이는

돌아와 심한 여독을 앓았고

겨우 오늘 자리를 털었습니다.

족욕을 시켜주지요.

아이의 발을 닦아준 게 언제이던지...

 

참, 남도에서 돌아오며 대전까지 올라가 침을 맞고,

옥천 농지은행에도 들렀습니다.

오래 애를 먹이던 일 하나 있었기

비로소 오늘 서류상으로 얽힌 일은 정리가 되었더랬네요.

나쁜 사람이 뉘 있겠는지요.

상황이 그리 만드는 걸 겝니다.

우리가 손가락질하는 누군가의 정황이 내 것이고 보면

나 역시 지독하게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터.

지난 한 해 사람에 대한 이해 하나 또 배우는 시간들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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