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28.불날. 흐린 하늘

조회 수 1241 추천 수 0 2012.03.07 01:56:46

 

 

 

하늘은 하루 종일 흐려있습니다.

소사아저씨는 본관 앞 포도나무 가지를 치고,

닭장 뒤 두릅나무 앞이며 대문 옆 강아지들 마당이며

마른 풀들을 거머냅니다.

아이들이 어느 여름 지은 작은 흙집도

지붕을 씌웠지요.

허니 장순이가 거길 들어가네요,

저도 흙집이 좋은 걸까요...

 

침도 맞고 꿰맨 발가락 실밥을 뽑으러 나갔다 옵니다.

읍내 아는 집에 잠시 얼굴 내밀자

작은 선물 하나 건넸더랬지요.

“어, 이거 필요했는데...”

돈이 얼마 들지 않더라도 그렇게 딱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마음,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고 그걸 기억했다가 건네주는 그를 보며

또 배우는 하루랍니다.

 

교수로 있는 주욱샘한테서 전화가 들어옵니다,

새 학기에 학생들과 자원봉사단을 꾸려보겠다는.

잊지 않고 자신의 일에서 도울 일을 늘 찾아주는 그입니다.

오래 마음에 간직했다가 그것을 꼭 하는 그니를 보며

또 배움이 되는 오늘!

 

요새는 꼭 눈 때문이 아니어도 책을 읽는 일이 퍽 더딥니다.

속도가 안나요, 잘 들어오지 않는 게지요.

특히 요즘 찾아서 챙겨보는 자료들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 세계이지요.

하여 순간순간 작은 좌절이 찾아들기도 합니다,

여태 뭐 했는가 자신을 꾸짖기도 하고.

퇴계선생의 <다산잡영>에는 ‘완락재에서 우연히 쓰다’라는 시가 있습니다.

‘四兵耘草一兵遲 捷手三兵共伊 捷者留根煩再拔 不知遲者盡初時

네 편으로 나누어 풀 매는데/한 편은 느릿느릿, 손 빠른 세 편이/모두 그를 꾸짖네.

빠른 사람이 뿌리 남겨/번거롭게 다시 뽑으니, 느린 자만 못하겠네,

처음부터/모조리 뽑아 버린 것만.’

이 시의 해설에 퇴계와 그의 제자 이덕홍의 대화가 있지요.

“선생님, 저는 재질이 노둔하고 뒤처져 근심이 됩니다.”

하여 공자가 제자를 위로한 글이었다나요.

저 또한 어리석기 다르지 않아 어깨가 처졌다가 위로받더니

다음 말에선 또 털썩.

“노둔하다고 어찌 반드시 걱정을 하겠느냐?

다만 노둔 한 데도 독실하지 못하다면 이것이 근심일 따름이니라."

그것이 즐거움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완락(玩樂)'이라던가요.

노둔하면 독실키라도 해야지,

마음 먹어보는 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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