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하더니 그예 빗방울 지나갑니다.
지난 주 박탈조각가 소영샘과 박탈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색을 칠하기로 했지요.
아이와 작업을 하는데,
참 신기하지요, 늘 이런 작업을 하고 보면
꼭 자기 모습이 됩니다.
“하다는 엄마 얼굴을, 엄마는 하다 얼굴을 그렸네!”
갈천샘이며 도열샘이며 지호님이며 두루 그리 말했지만
잘 들여다보니 결국 자신의 얼굴들입디다려.
학교와 가져와 공부방에 걸었지요.
갈천샘이 맛난 점심을 사주셨습니다.
아이가 노래하던 들기름도 장에 나가서 구해다 선물해주셨지요.
지난 주엔 소영씨가 차를 사더니...
늘 받는 게 이리 많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쏟아지는 졸음에
잠시 휴게소에 들어 잠깐 눈 붙였습니다.
수행모임이 끝나고 그 여운에,
혹은 싸 짊어지고 간 일로 번번이 잠이 더디지요.
“잘 잤어? 달게 못 잤구나. 잘 자면 기분좋게 웃는데...”
일어나니 아이가 곁에서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럽니다.
강보에 싸여있던 아이를 들여다보던,
그 아이 어린 날이 생각났지요.
그 아이 자라 이제 어미를 보고 있습니다요.
아, 세월이여!
읍내에서 일도 보고, 장보기,
주말 사흘의 빈들모임을 앞두고.
“술도 사야할까?”
곁에 있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대학생들이 어디 가면 그건 꼭 챙기지 않을까?”
일단 사지 않기로 합니다.
마침 저장고에 있는 술이 좀 있기도 하고.
필요하면 면소재지까지 사람을 급파하지 뭐, 한다지요.
먼지풀풀이 있는 날.
주로 흙날 오전에 하는 일이나
이렇게 빈들모임이나 주말 행사가 바로 앞에 있으면
그 전날 식구들이 구역별로 자기 일들을 찾아합니다.
소사아저씨가 먼저 맡은 공간을 치우고
읍내 일을 끝내고 들어간 아이도 어미도 이어 했지요.
한 고등학교의 위탁교육 건으로 통화가 길었습니다.
마침 그 아이, 초등 때 물꼬 계자를 다녀간 아이입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2005년께던가요,
동생이랑 왔더랬는데, 동생이 누나처럼 챙기던 아이.
그 아이 자라 벌써 고 2.
어머니도 포도철에 방문자로 사흘인가 왔더라나요.
저랑 마주하진 않았지만,
(당시엔 제 얼굴 보기 힘들었지요, 하하. 공동체 식구가 많았던 때라...)
물꼬를 잘 느끼고 가셨더랍니다.
달날 들어오기로 합니다.
부모님이 같이 와서 얘기 더 나누기로 하였지요.
극도의 피곤이 몰려옵니다,
물날과 나무날마다 오랜 운전에다 활동 강도도 만만찮아.
그래도 바느질을 좀 하며 명상하고 자지요.
그냥 눕는 것보다 외려 개운하게 푹 잘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