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천둥소리 요란하기 여러 차례,

소나기 내렸습니다,

여우비처럼, 마치 너른 들에서 맞는 소나기처럼

훤한 하늘에서 비 함뿍 내렸습니다,

금세 그치기를 반복하며.

비 온다는 소식에 엊저녁에는 다들 밭에 거름을 주었더랬지요.

오늘 거름을 더 넣었습니다.

 

김장김치를 독에서 꺼내 정리합니다.

많이 먹기도 했지만,

지난해는 나눠준 것도 적지 않아 양이 수월합니다.

계자며 한 해 동안 묵은지로 쓰여야할 곳도 많은데

가을이면 동이 날 듯.

그땐 또 여러 댁에서 얻어다 먹게 되리라 하지요.

 

무도 저장독에서 꺼냅니다.

올 겨울엔 또 무를 많이 쓰지 않아

굴지 않은 양입니다.

더러 바람이 든 것도 있네요.

언 무는 먹어도 바람 든 무는 못 먹는다 하였지요,

생채로 내니 묵은 무 같지는 않답니다.

절반은 종이에 싸 저장냉장고로 넣었고,

나머지는 땅 속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바로바로 꺼내 국물용 장국에 넣으면 되겠다 하지요.

 

단식 기간 동안 식구들에게 하루 한 끼만 밥상을 차려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밑반찬이며 준비를 해두어야 먹는 이들이 편할 테지요.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밑반찬 준비.

 

달골 햇발동의 거실에 스미는 물의 정체가

외부로부터 들어가는 게 아니라 상하수도 관 문제가 아닐까로 의견이 좁혀지고

공사를 했던 측에 전화 넣습니다,

아무래도 이 건물 구조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니.

그도 배수관이 터진 게 아닐까 추측한댔지요.

곧 사람을 보내기로 합니다.

 

용인의 영빈이가, 초등학교 때 동생과 함께 계자를 다녀갔던 그가

어느새 고 2입니다.

위탁교육 형태로 한 주를 이곳에서 머물기로 하였지요.

부모님들과 마주앉아 오래 아이들 이야기 하였습니다.

비오는 날은 부침개이지요.

김치부침개를 부쳐 먹고,

이른 저녁을 드시고 가라 했습니다.

“그때는 물꼬가 너무 선명해서...”

2005년 포도 수확철 즈음, 물꼬에 방문자로 머물기도 했던 어머님은

이제는 물꼬가 ‘품어주는’ 느낌이 더 커져 좋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밤, 아이들과 달골 오르며

계곡내에 흠뻑 취해 자꾸 걸음이 더뎌졌지요.

“아, 냄새...”

영빈이가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촉촉한 밤이었습니다.

 

봄 단식 첫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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