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13.쇠날. 쏟아붓는 밤비

조회 수 1085 추천 수 0 2012.07.21 03:05:57

 

아침

 

밤새 비가 퍼부었다

마당이 한 뼘은 깎였을 게다

 

아직 아침이 밀지 못한 바람이

도시 끝에서 불었다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물들이

수로에서 서둘르고

 

아직 달리는 차바퀴에 붙은 물소리

 

아직 시작할 수 있는

 

 

한밤 내리 꽂던 비가 언제였더냐,

거짓말 같은 아침이었답니다.

새벽 수도권 기습 폭우가 시간당 70mm였다나요.

남산 문학의 집에서 인사동으로 옮겨갔던

시인 이생진 선생님이며 가객 현승엽 선생님이며

아리샘 철욱샘 상찬님 경란님 은식님 덕묵님이랑 늦었던 지난 밤 지나

아침에 부암동 선배네를 나서서 사람 하나 만나고 영동행.

기락샘도 같이 내려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소사아저씨와 아이가

고래방 앞이며 운동장의 ‘소도’ 풀을 정리하고

(삼한 시대, 각 고을에 방울과 북을 단 큰 나무를 세우고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드리던 일. 우주를 만나고 나는 만나는 곳.

죄를 짓고 들어가도 잡아내지 못하던 곳.

그리고 우리들의 명상터!)

주말에 올 손님들을 맞기 위해 청소들도 하고 있었지요.

비 내리는 오후의 대해리.

 

한 시설로부터의 연락.

오랜 인연에도 지난 겨울 계자는 한번 쉬어갔던 곳.

이번 계자에 장애아들을 보낸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갈수록 장애야 비율도 높아만 가는.

과학의 발달은 우리의 병명도 같은 발달(?)을 가져오고,

그만큼 장애아 범주도 늘고.

그런데 그 아이들 함께 하는 통합캠프는 없다고 하지요.

물꼬가 있어서 또 고마운 순간.

 

생의 어떤 변화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옵니다.

때로 가장 싫어하는 방식일지라도 받아들여야할 때가 있지요.

전화가 통화하고 문자 주고받으면 됐지,

그것만으로 충분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올해가 가기 전 2G를 버려야할 모양.

지난 봄 여든넷의 이생진 선생님의 스마트폰을 보고 자극을 받기도 했고

(이 시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을 당신도 쓰고,

그것이 종이를 덜 쓰는 것이기도 하다는)

외국을 나가며 로밍을 할래도 이제는 2G 지원이 되지 않아

지난번엔 임대폰을 쓰고 그만큼 비용도 더 들여야 했던 일도 있고,

이러저러 상황에 밀려 있던 터인데

마침 가까운 이가 약정이 다 되어 스마트폰을 바꾼다 하니

그걸 얻어 좀 스마트해질까 하는 그런 마음.

 

“주인공이 있으면 됐지...”

KBS 생생정보통 PD를 대해리에 먼저 들여보냈습니다.

사흘 동안 이곳에 사는 류옥하다 선수의 생활을 촬영합니다.

기차에서 내려 읍내 나온 김에 차수리 센터도 들러

지난번에 찢어졌던 비상용 바퀴도 챙겨 넣고,

등의 위치도 좀 조절하느라 느지막히 돌아왔더랬네요.

이번 주엔 동료들과 지리산을 오르기로 하여 못 온다던 기락샘,

촬영에서 아비로서의 역할을 위해 무리하게 내려왔더랍니다.

저녁에 가족들과 밥 한 끼 먹고 낼 이른 아침 남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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