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 그러나 날은 밝고 비오는 날 같지 않은.

 

시골 삶은 재미난 일이 많습니다.

하기야 어디라고 사람살이가 그렇지 않을까요.

가끔 읍내를 나가면 ‘썬데이 영동’ 같은 소식통을 만납니다.

“영동은요...”

읍내에서 택시는 사람을 실어 나르는 일만 하는 게 아니랍니다.

“사야할 물건이 있으면 그걸 부탁하고 택시비를 내고...

엊그제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양을 들으면

퍽 기이하기까지 해요.

문득 그 생각나서 웃어보는 아침.

 

늦은 아침을 먹고 어제 온 사람들이 나갔습니다,

물꼬 된장 맛있다고 집집이 된장도 좀 사가고.

새로 연 항아리, 된장 속살이 노오랗게 곱기도 했네요.

더운 여름을 잘 나느라 겉에 소금을 많이 뿌려

좀 짜기는 할 것입니다.

먹으면서 간들이야 맞출 테지요.

사람들은 황간의 절경 월류봉을 들렀다들 떠난다며

11시 쯤 물꼬를 나섰답니다.

 

아무리 뒷정리를 잘해놓고 간다 해도

사는 이들에게 남은 일이 있기 마련.

무엇보다도 쓰레기.

오늘은 현관에 놓인 쓰레기 상자들을 분리하고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남은 곳곳을 치워냈습니다.

내일이면 또 열댓의 8학년 아이들과 선생 둘이 사흘을 머물려 들어올 것입니다.

계자 전에 부산함을 꺼리는데,

그래야 계자 준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데,

어째 이번 사정이 그러하였네요.

 

kbs 생생정보통 ‘인생 2막 자연에 산다’ 카메라는

아직 남았습니다; 촬영 사흘째.

그래도 이곳의 삶은 계속되지요.

내일은 남도의 집안 어르신도 와서 잠시 계실 것이라

된장집 방도 정리합니다.

포도봉지도 마저 씌워야지요.

광평에도 들러 류옥하다가 하는 몇 가지 일들 촬영도 이어져

같이 학교를 나섰다가 돌아와

마지막 장면을 찍고 겨우 서울행 막차에 올라타서 떠난 PD.

고생한 만큼 보람 있길.

방영은 19일 나무날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

물꼬 일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한 일이니 그리 되었으면...

 

오늘 밤은 13세기 페르시아 수피이자 시인인 잘랄 앗 딘 알 루미의 시로 마감,

한 명상시인의 번역을

원문 대조 없이 제 식으로 다시 조합해서.

며칠 전에도 그의 시 ‘과수원’을 들먹였는데...

 

 

여인숙

 

 

이 존재, 인간은 여인숙이라

아침마다 새로운 손님이 당도한다

 

기쁨, 절망, 슬픔

거기에 약간의 찰나적 깨달음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맞아 즐거이 모시라

설령 그들이 그대의 집안을

장롱 하나 남김없이 휩쓸어 가버리는 한 무리일지라도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모시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 내면을 비워주려는 것인지도 모를지니

 

암울한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음으로 맞아

집 안으로 모시어라

 

그 누가 찾아오든 감사하라

모든 손님은 그대를 인도하러

저 너머에서 온 안내자들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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