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절기,

오늘 말복이고 입추라고 저녁 바람이 벌써 확연히 다릅니다.

이제 밤은 심지어 쌀쌀하기까지 할 것입니다.

산골의 더운 밤은 정말 며칠.

 

해건지기.

‘오늘도 아침에 백배를 했는데 어제보단 덜 힘들었고, 절하는 것이 익숙해진 것 같았다. 상쾌하고 좋았다.’(새끼일꾼 성재의 하루정리글에서)

어른들이 수행공간을 먼저 티벳식 대배 백배로 닦고

아이들을 맞습니다.

‘아이들이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변한다는 것도 잘 안다. 그게 참 좋다.’(새끼일꾼 해인)

올 여름의 아이들,

유달리, 어쩜 그리 단정하게들 이 시간을 진지하게 보내는지.

‘고래방에 아침 일찍 모여서 잘 되지도 않는데 다들 애쓰면서 열심히 따라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새끼일꾼 윤지)

몸 수련을 위한 요가, 마음 수련을 위한 호흡,

그리고 학교 뒷마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아이들 뒷간 쓰는 법에 대해 다시 안내.

왜냐하면 냄새 아주 심해졌는데,

그게 아래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아니라

변기 주변에 사내아이들이 눈 오줌 때문.

하여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로 앉아서 오줌누기.

그리 해보기로 합니다.

함께 살기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을 그리 살핍니다.

뒷간에서의 신발은 들어가는 급한 이들이 신기 좋게 놓기,

좁은 통로를 잘 쓰기 위해 신발장에 두지 않은 신발은 벽 쪽으로 붙여놓기,

일상에서 하나하나 정돈하기,

행동 하나 하나가 모여 나를 이루지 않더냐, 절 한 번도 정성껏 하기,

모든 물건을 다 쓸 수 있으나 다만 원래대로 두기...

 

산책은 노는 아이 말고도 곁에 걷는 이들과 말을 섞을 기회를 줍니다.

샘들도 여러 아이들과 더 많이 만나는 시간.

‘아침산책 혜준이의 쫑알거림을 들으면서 오는데 "샘,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저 꽃 기표샘이 무궁화라고 했는데 맞아요?" 이렇게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궁금증을 해결해 볼려는 혜준이가 너무 이쁘고 웃음이 났다. 궁금한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은 아이들이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봐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마웠다.’(윤지)

아이들은 한창인 런던올림픽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장미란은 어떻게 됐어요?”

정윤이의 궁금함에 교무실 와서 확인하고 소식 준다 하였지요.

밤, 자기 전에도 정윤이 찾아와

내일인가 모레인가 브라질과의 축구 결과를 알려 달라 부탁합니다.

“오야.”

“그런데, 금 몇 개예요?”

찾아봐주었지요.

덕분에 세상 소식을 들춰보았더랍니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에 걸맞게 밥상머리 공연도 있는 아침.

윤호가 피아노로 ‘렛잇비’를 쳤습니다.

저 아이 오래 연습하고 와서

예 와서도 날마다 연습했더랬지요.

“성빈아, 어디 가니?”

샘들이 어른 일터 쪽으로 오는 성빈을 미리 뭘 하기 위함인지 물으려 할 때,

“아, 옥샘한테 할 말 있어요.”

“옥샘, 저도 할게요.”

“밥상머리공연?”

“그래, 그래. 내일 하면 되겠다.”

지난 계자에서 리코더를 불었던 그입니다.

악기도 준비해왔더랬지요.

 

아침 후식으로 나온 메론.

이번 계자를 위한 희중샘의 선물입니다.

아침을 먹고 복도를 걷는데,

무량이 손을 잡고 유선이가 가고

그 뒤를 가현이도 좇아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래?”

“너무 귀여워 안 잡을 수가 없어요.”

누나 형들은 그렇게 동생들을 챙기며 잘 지내고 있다지요.

“도언이도 좀 챙겨라.”

정윤 승준 태빈이 모여 앉아 도란거리고 있기 그리 던져 놓으니

도언이를 불러 앉히는 아이들.

 

‘손풀기’.

오늘은 감잎을 옮겨봅니다.

그리면서도 자꾸 (새로운 것이)보이고 또 보였더라며

저들도 감탄하고, 칭찬하고, 내일을 기대했지요.

그런데 그토록 재잘대는 아이들이

안내한대로 명상에 준해 그림을 그린답니다.

무슨 유서 깊은 화원 같은 그림방.

 

열린교실-2.

‘뚝딱뚝딱’

로봇이 대세입니다, 승진이도 태빈이도 석영이도 로봇.

준우는 축구할 때 쓸 보호대를 만들고 싶었는데 무전기로 바꿨고

(‘손재주도 있지만 힘들어 보이면 바로 포기해버려’ 선병샘이 안타까워도 하고),

도언이는 바퀴달린, 움직이는 의자.

“저는 어제의 것을 업그레이드해서 크게 만들고...”

정윤이지요.

여섯 번 일곱 번 쓰러져도 완성해내는 아이들.

“저는 뭔지 모르겠는데...”

만든 민석이도 모르겠다는 걸,

‘펼쳐보이기’에 모인 관객들이 외쳐주지요.

“로케트!”

“미사일 같애요!”

“아폴로다, 아폴로.”

‘준우는 또다시 작품을 망치고 이번에는 나무토막에 못을 하나 박아 무전기를 만들었다. 도언이는 띵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뭔가를 만든다. 예슬샘을 다시 봤다. 마지막까지 나무토막을 치우고, 아이들을 설득시켜 정리를 한다.“(새끼일꾼 류옥하다)

서로 미치는 영향, 연대, 우정, 참 보기 좋습니다.

아이들은 곁에서 도와준 형이라고

여기 저기서 “하다형, 하다형!” 부르고 있네요.

 

‘한땀두땀’.

평생(?몇 년이나 살았다고 말이지요...) 바느질 한번 해보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나요.

현지는 버려진 셔츠로 베갯잇을 만들고,

정인이는 2인용 소시지 베개를 만들려다 1인용으로 전환,

도영, 하다 하다 결국 작은 소품을 만들었는데,

아이들 왈, 월남쌈이라나요.

‘마치 새끼일꾼들처럼 필요할 때 서로 돕고, 기꺼이 마음을 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또 이렇게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다시 나오기 힘들 것 같던 인영이나 윤지(* 훌륭한 새끼일꾼 선배들) 같은 친구들과도 비슷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들어서 기분이 좋았답니다.’(태우샘)

 

‘젓가락이랑’.

‘하고 싶은 대로 만들고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이 새로운 재미 같다.’(새끼일꾼 해인)

“부실해져 고쳐야겠어요.”

성빈이는 총을 들고 나왔고,

시간이 남아 부채도 만들었다지요.

“허술해 보이지만 시원해요.”

유진이는 어제 뚝딱뚝딱에서 만든 책상에 놓을

조개 스탠드를 만들었네요.

“뗏목도 만들었어요, 급할 땐 부채로 쓸 수 있는.”

용균이는 ‘계란판이랑’에 가서 계란판을 얻어와

배 밑바닥으로 이용했습니다.

“띄워보고 싶어요.”

‘용균과 유진, 참 야무지고 많이 어른스러운 것 같았다. 무작정 떼를 쓰거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않고 대화로 풀고자 하는 모습, 설득하려는 모습이 참 좋았다.’(해인)

원규는 총을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석궁이라 하자,

“석궁도 좋네요.” 합니다.

“부품을 연결해서 했는데, 그런데 다 망가져 요격포로...”

“저도 석궁 만든 형 따라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부러졌어요...”

광현이의 아쉬움.

민혁이는 “좀, 커요.”하며 내밉니다.

정말 커다란 로켓.

“쏴 봐!”

아이들의 바램에 발사!

그런데 바로 앞에 떨어지고 맙니다.

실망한 아이들, “에이...”

그때 우리의 건호 선수, “잘 만들긴 잘 만들었다!” 위로.

승훈, “원래부채를 만들었는데 돛단배가 되었어요.”

무겸이는 어제 만든 것을 더 단단하게 갈무리했다지요.

 

‘다 좋다’: 윤호 건호 다경 현진 무량

“물고기가 더 많은 곳을 발견했어요!”

이번에도 물고기를 잡으러 떠난 아이들은

덫을 놓고 다슬기 잡고 돌을 뛰어넘으며 놀았다지요.

심지어는 계곡에 버려져있는 쓰레기까지도

놀잇감으로 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합니다.

재미있게 즐겁게 논 무량이,

조용히 놀았다는 다경,

몸을 사리지 않고 마음껏 노는 건호,

이것저것 시키며 물고기 잡이에 집중한 윤호.

그리고, 정리도 놀기도 앞서서 보여준 현진

(우리 현진이 원래도 점잖고 의젓했지만 더욱 그리 커서 왔습니다),

옷 젖으면 안 된다며 조심히 그러나 한껏 놀더라지요.

아이들은 돌아오며 봉숭아를 따왔습니다, 꽃물 들이려.

 

‘달걀판이랑’.

자동차를 만들고자 했으나 아무거나가 되어버렸다는 선모,

자동차에다 그 자동차 주차장까지 만든 한결,

애벌레를 만든 가현,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를 보여준 유선,

그리고 혜준이는 좌석도 있고 노도 돌아가는 배를 완성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계란판을 잘 갖고 놀아줘서 고마웠습니다. 한결이는 어제도 같이 열린교실을 했었는데 참 창의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매번 신선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새끼일꾼 인영)

 

‘단추랑’.

‘오늘도 만들고 싶은 거를 만들어보라고 권하자 우열이는 얼른 목걸이 하나를 뚝딱하고,

가람이는 만들고 싶은 게 많았는지 여러 개 만들었다. 엄마를 위한 안마봉, 친구에게 선물해줄 핸드폰 거치대, '물꼬 조아' 벽걸이...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가람이의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해찬이가 고민하는 게 보여 다 같이 둘러보니 커튼을 묶은 부분에 허전함을 느끼고 '그럼 우리 다 같이 물꼬를 위해 커튼 장식품 만들어보자!'해서 샘들도 해찬이도 다 열심히 만들었다.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해찬이도 금세 빠져서 열심히 만들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새끼일꾼 윤지)

계속 단추가 빠져서 고생했던 어제이더니

오늘은 달랐다지요.

“엄마 좋아하시겠다.”

사람들의 인사를 듣던 가람이 그랬습니다.

“엄마 얘기 마세요, 보고 싶어요.”

집을 떠나 기특하게 잘도 지내고 있는 아이들!

 

열린교실 ‘펼쳐보이기’에서

우리의 어린 아들 딸들 손 번쩍 들며 제 생각들을 잘도 말합니다.

도언, 처음엔 뭘 할까 잘 몰랐는데, 하면서 생각했다지요.

“저도 그랬어요.”

혜준이도.

예, 하면서 힘을 내는 것이지요.

꼭, 다 준비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움직이면서 나아갈 수도 있지요.

다음 걸음에 다음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

유선, 우리가 한 것이지만 신기하다고도 했습니다.

모두 참 열심히 했고, 모두 참 번뜩였습니다.

이번 아이들 유달리 그리 반짝인다 싶지요.

 

점심 때건지기.

인교샘과 준호샘은 정말 정성스럽게 밥상을 준비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런 밥을 먹고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지요.

교사들이 딱 원활한 것도 아닌데

밥바라지 샘들이 축을 잘 잡아

전체를 안정감 있게 하는 이번 계자입니다.

어느 때가 밥바라지가 중요하지 않았을까만

특히 이번 계자 얼기설기 설렁함이 이따금 드러나는데

그걸 밥바라지 샘들이 메워주고 있다니까요.

물꼬가 참 복이 많습니다.

 

(* 지난 계자에 이어 이번 계자를 위해 오늘까지 물꼬에 발이 묶였던 새끼일꾼 윤지,

가자마자 보내온 하루정리글에서)

‘집에 돌아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위해 여자방에 들어가니 혜준이와 유선이, 가현이가 딱 달라붙어서는 "윤지샘~놀아주세요~" 하며 오는데 아이들이 나랑 같이 놀고 싶어 하고 같이 있고 싶어해주는 것도 고마웠다.

게임을 잠시 하다가 덥다 해서 부채질을 해주는데 갑자기 서로 나에게 부채질 해주겠다며 옥신각신 하는 모습도 너무 고마웠다.

내가 아이들에게 이런 존재로 다가갈 수도 있구나 싶고 이제 가야하는데 눈에 밟혀서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또 다른 아이들과도 눈인사를 하고 하나하나 다 안아보고 가고 싶었지만 괜히 아이들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들게 할까봐 여러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는데 샘들이, 7학년 아이들이 배웅 나와 주고 인사해주고 고마웠다.’

 

‘구들더께’.

‘구들더께 시간엔 처음으로 자봤습니다. 샘들이 왜 구들더께 구들더께 하는지 알겠더군요. 이 바쁜 일상에서 그 작은 또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을 잠을 위해 쓴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태우샘)

구들을 등에 붙이고 뒹굴거나 노닥거려보는 시간,

샘들도 좀 쉬어갈 수 있는.

책을 읽거나 바둑을 두거나 체스를 하거나

마당에서 공을 차거나 모여 앉아 도란거리거나 공기를 하거나

아이들은 정말 저 하고 싶은 대로 기분 좋게 유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겸이가 계속 유선이와 가현에게 고무줄 총으로 겁을 주고,

선모, 원규도 고무줄 총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다른 이들과 부딪혔지요.

그런데, 뭐, 어른들 나설 것도 없습니다.

저들 안에서 해결 다 되는 거지요.

아이들이 부르는 일 있어

설거지 뒷정리를 하던 새끼일꾼들이 마시던 차를 들고 갔던 모양,

원규가 그걸 보고 한 소리 했습니다.

“샘들만 마시고...”

그러자 성빈이와 용균,

샘들은 임금도 안 받고 자원봉사하는데,

우리는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샘들은 청소도 하고 힘든데,

그리 샘들을 감싸주었다 합니다.

용균이는 전체 일정을 여러모로 그리 두루 돕습니다.

그 아이가 이곳을 좋아하고 즐기고 아낀다는 걸 느낄 수 있지요.

고맙습니다.

하기야 저 아이, 어디 여기라고만 그리 긍정적일까요.

태빈, 정윤, 처음 왔으나 몰려다니며 일정을 걸지 않고

잘 즐기고 있습니다.

석영, 아주 신명이 나 있고,

승준이는 늘 마무리까지 차분하게 잘해서 여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진지하고 성실한 유진.

지내면 지낼수록 보다 순순한 모습을 끌어내는 게 아이들만이 아니지요.

“제가 계속 일이 이어져서...”

뒷간 청소를 혼자 더 많이 하고 있던 새끼일꾼 성재에게

같은 새끼일꾼 뒷간 청소 짝궁 수연이의 미안함,

그리고 그걸 아무런 툴툴거림 없이 이해하고 움직이는 성재.

어느 새끼일꾼이 그랬지요,

여기 오면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어디 가서 이 시대 청소년들이 뒷간 청소를 해대겠는지요.

늘 말하지만, 물꼬의 자랑이고 영광인 새끼일꾼들!

 

‘모둠활동’.

모둠끼리 보내는 시간이지만 모두래야 많지도 않으니

다들 같이 계곡으로 갑니다.

부엌에서 감자를 쪄주었지요.

그것에 힘입고 더 신나게 걸어가는 아이들,

너무 맛있어 샘들 몫까지도 먹었다나요.

그때 놀러온 피서객들이 아이들 예쁘다고 방울토마토를 주었다는데,

윤호, 샘들은 감자 못 드셨으니까 드시라 했다합니다,

성빈과 현진이도.

 

7학년들, 새끼일꾼 준비 차 온 아이들 넷 해찬, 도영, 정인, 현지,

얼마나 든든한지요.

계곡에서 돌아올 녘,

해찬이가 먼저 안경바구니 챙기고 짐을 들었습니다.

예비 새끼일꾼의 표본 같다는 칭찬들.

도영이는 세심하게 챙기는 역할보다 큰 형님처럼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습니다.

둘이 안팎을 채워주는 느낌이라지요.

큰 아이들이 자기 자리를 아는 것도 돋보이는 이곳입니다.

석영이가 어린 아이들의 험한 길을 잘 건널 수 있게 돕습니다.

이곳에선 아이들의 긍정성이 그리 더 많이 드러나지요.

그래서 이곳이 더욱 좋습니다.

새끼일꾼 수연, 빨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오늘이었네요.

빨래를 걷어와 개며 빨래하는 이의 처지를 안 거지요.

해보면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리게 되고

그것은 결국 자신의 삶의 지평도 넓힙니다.

7학년 정인이가 그 일 함께 했지요.

참, 우열이가 자기 작품을 손보며 홀로 남았지요, 계곡에 아니 가고.

먼저 돌아온 무겸이랑 있던 우열이,

갠 빨래를 여러 차례 방으로 옮기는 일 도왔더랍니다.

 

계곡에서 돌아온 아이들, 빨래를 합니다.

여름 빨래, 물로만 빨아도 되리라 하고

주물럭거려 빨아서는 자기가 널기로.

헌데, 빨래방 들여다보다 아주 쓰러질 뻔했습니다.

누구의 옷인가, 옷 하나에 열댓 개의 빨래집게가 물려있었지요.

즐거운 빨래잔치였더랍니다.

여름엔 또 이런 게 맛입니다.

계곡에서 돌 위에서 빨래 탕탕 두들겨도 좋으련, 기회가 없었네요,

지난해엔 옷감에 물들이던 아이들이 그리 빨래들도 하더니,

올 열린교실엔 그 교실도 없어.

 

저녁을 먹고 또 쏟아져 나와 공차는 아이들.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그랬습니다.

“쌤도 같이 해요!”

밥바라지 도움꾼 준호샘을 불러 때마다 같이 하는 축구.

원 없이, 원 없이 노는 아이들.

놀아야 합니다.

놀 줄 알아야 합니다.

놀이가 아이들을 건강하게 합니다.

그런 빛나는 기억이 우리 생을 끌어가는 힘이 됩니다.

 

'한데모임'.

넘치는 노래, 그리고 손말, 마음 나눔과 일상 챙기기, 의논.

책방이 헤집어져 있습니다.

같이 사는 모두이니 머리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보지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그런 거.

‘이번 계자도 역시 한데모임에는 책방 얘기가 나왔는데요, 언제나 비슷하지만 또 매번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아이들의 상상력에 감탄했어요.’(태우샘)

책이 왜 던져지나, 밥을 빨리 먹으려고,

그런데, 왜 빨리 먹으려 하는가,

배식의 문제라면 그것을 해결하기로.

결국 우리는 감시나 벌을 동원하지 않고

다시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다시 우리는 기다리고, 스스로 마음을 챙기고!

 

‘대동놀이’.

이어달리기, 또 다른 이어달리기,

그리고 ‘토끼와 사냥꾼’.

여기서 뛰어본 이들만이 아는 그 즐거움,

놀이가 주는 경이,

그리고 함께 하는 샘들의 흥겨움까지

완벽한 즐거움이라고나 할까요.

땀범벅이 된 아이들,

바깥 수돗가에서 등목을 하거나 욕실에서 씻고 모둠하루재기.

그리고 누운 아이들에게 샘들이 책을 읽어줍니다.

낭랑한 목소리 넘어오는 복도였지요.

‘동화책 읽어주는데 정말 좋았다. 애들 재운다는 게, 아 그러니까 내가 뭔가를 한다는 거 자체가 뿌듯하다. 더 하고 싶다.’(새끼일꾼 예슬)

 

왔던 아이들, 계자마다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겠지요.

알기 때문에 더 방만하고 시끄럽고 진행이 더 어려운 때가 있는가 하면

이번처럼, 용균이가 주는 그 밝음 같은,

아주 긍정적으로 힘을 실어줄 때도 있습니다.

샘들 자리가 느슨하니 아이들이 그리 계자를 꾸려준단 말이지요.

샘들까지도 잘 가르치는 아이들,

어른을 가르치는 아이들이란 거야 뭐 언제나 그러했지만.

‘오늘 하루 아이들과 여러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지켜주면서 아이들의 생활에 올바름을 더할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선병샘)

‘내가 아이들을 돌보며 어른들과 일을 하지만, 또한 아이임을 알고, 성장을 위해 겸손해지는 과정, 이게 새끼일꾼인 것 같다.

새끼일꾼을 하며 뒷배의 역할을 많이 느낀다. 가령, 고래방에서 아이들이 대동놀이를 하려면 누군가는 처음에 먼저 가서 모기향도 피우고, 창문도 열고 불을 켜야 한다. 끝나고 나서는 휴지를 줍고 글집과 끈(* 대동놀이에 쓰인)을 모으고, 쓸고, 불을 끄는 사람이 있다.

아침에 감기에 걸려 킁킁대다가도 아이들을 보며 에너지가 전파된다.

“하다형, 인자하세요.” “하다형! 하다형!” 하는 말을 들으면 요맛이구나!’(류옥하다)

누구 말마따나 ‘에비 애비 잘 만나’ 학교도 다니지 않는 8학년 나이 류옥하다는,

하루 여덟아홉 시간씩 잠을 자다가

계자 기간 내내 네댓 시간을 자는 놀라운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일꾼들도 매한가지지만.

어제는 물컵 바닥에 이름을 써 붙여 컵을 찾기 좋게 하고 있었지요.

전체 진행에서 놓쳐진 것을 그리 챙겨주고 있답니다.

 

샘들 하루재기.

샘들 몇, 밖에 보낼 일이 생겼더랬습니다.

보냅니다.

흔들리고, 그리고 자리를 잡는 법이지요.

빈자리가 흔들리다 또 그리 자리를 잡습니다.

고통은 고통만큼만 고통스러워하기, 자주 하는 말이지요.

우리는 때로 문제보다 더 많은 걱정을 합니다.

그저 자신을 믿고 갈 것.

해결할 문제라면 걱정이 없고, 해결할 거니까,

해결 못할 문제라면 역시 걱정이 없다, 해결 못할 건데요, 뭐.

그래도 기표샘과 새끼일꾼 윤지가 바탕을 얼마나 잘 다져놓고 갔는지.

든 자리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샘들 빈자리 큰 듯하기도 잠깐

저녁에 이르자 자리 잘 잡혔지요.

 

저력과 구력에 대한 이야기도.

저력이 무엇인가요?

속에 간직하고 있는 든든한 힘, 숨은 힘, 안의 힘입니다.

뒷심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마라톤에서 마지막 치고 가는 힘이 그런 것.

구력은 또 무엇인가요?

공을 다룬 경력을 말합니다.

역시 오랜 힘, 근간이 되는 힘을 일컫는 것이겠지요.

결국 단단함입니다. 마음 근육의 단단함.

물꼬가 참 저력 있고 구력 있다는 생각이 든 하루.

그래서 처음 오는 이도 그 힘을 업고 교육되고 움직여지는.

 

우리들은-애들도 어른들도-진지하고,

우리들은 즐거우며,

우리들은 깊은 배움에 있습니다, 계자 사흘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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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2 2012학년도 가을학기(9/1~11/30),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2-08-13 1217
3111 153 계자(8/5~8/10) 갈무리글 옥영경 2012-08-13 1525
3110 153 계자 닫는 날, 2012. 8.10.쇠날. 비 옥영경 2012-08-13 1232
3109 153 계자 닷샛날, 2012. 8. 9.나무날. 안개비 아주 잠깐 옥영경 2012-08-12 881
3108 153 계자 나흗날, 2012. 8. 8.물날. 살짝 구름 지난 오전 옥영경 2012-08-10 1422
» 153 계자 사흗날, 2012. 8. 7.불날. 맑음 옥영경 2012-08-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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